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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두발규제가 교육의 수단?

인권위, 두발제한 관련 토론회 개최

중·고등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한 두발 자유화 대규모 거리 캠페인이 14일로 임박한 가운데, 13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학생 두발제한의 인권적 쟁점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부 관계자, 변호사, 법학자가 참여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는 두발단속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했으나 두발제한 자체가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과 교육적으로 필요한 조치라는 주장이 맞섰다.

아이두넷이 토론회에서 공개한 두발단속 모습

▲ 아이두넷이 토론회에서 공개한 두발단속 모습



두발제한을 학생의 인권침해로 보는 측에서는 머리모양과 복장은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권리이자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수단으로, 현재의 두발제한은 기본권에 대한 통제이고 학생에 대한 사회적 감시, 차별이므로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가운데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과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현재 두발제한 서명운동을 진행중인 이준행 씨(청소년 포털사이트 아이두넷 운영자)는 "2000년 교육부가 내린 두발규제 완화 지시는 지켜지지 않았고, 자의적·폭력적 단속이 지금도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현직 교사인 김영삼 씨(대신고)는 "현재의 학교운영원칙은 체벌, 처벌, 성적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학교 내에서 교장-교사-학생으로 이어지는 권력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고 그에 대한 대안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참교육학부모회 상담부장 노원재 씨는 "과도한 두발단속과 처벌과정을 통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 학생들의 상담 사례가 많이 접수되고 있다"며 "두발제한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전문여론조사기관을 통해 광범위하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 전국중등교사회 두영택 회장(남성중 교사)은 두발제한 유지를 주장하며 "인권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고 "강압적인 두발단속은 문제가 있으나 생활지도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두발단속을 인권침해라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며 두발제한은 "미성년자이고 유혹에 빠지기 쉬운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방청객이 "자신의 학교는 양말을 두 번 접지 않고 한번 접거나, 스카프 부분이 블라우스 두 번째 단추와 세 번째 단추 사이에 놓이지 않아도 규정위반"이라며 과도하게 세밀한 규정의 필요성과 '교육적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그는 "전통있는 명문학교일수록 규정이 엄격한 것"이라며 "학교의 생활규정은 그 학교 나름의 가치관과 전통에 의한 것"이라고 둘러대 실소를 자아냈다.

13일 열린 토론회

▲ 13일 열린 토론회



두발제한의 법적인 근거와 관련해 송병춘 변호사(법무법인 한벗)는 "자기결정권은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권리이고, 외모·복장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에 근거하는 것으로서 용의복장 규정의 법률적인 근거는 없다"고 밝히고 "교육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 해도 과잉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어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학)는 "두발규제의 필요성으로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인 탈선의 문제와 두발과의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두발제한 이외의 방법이 없음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을 꼬집으며 "합의로 이루어진 규제 역시도 의사소통과정에서 소외되는 소수의 의견을 보호할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인적자원부 학교정책과의 박교선 연구사는 "학교생활규정은 학교공동체가 민주적 합의과정을 거쳐 만들고 준수해야 하는 것으로, 기본적인 방향틀은 학생인권, 자율책임을 중심으로 놓고 학교단위에서 자율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청석에서 "교육부가 강조하는 자율적 방침이 지금의 교육환경에서 얼마만큼 실효성이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주장이 제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자 박씨는 "학교에서의 의사소통 구조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은 일반적 상황이 아니고, 지금은 획일적 문화가 줄어들고 합의문화를 형성시키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인권위 박찬운 정책국장은 "인권위는 현재 학생인권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두발규제와 관련해서도 곧 입장표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