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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클릭! 인권정보자료] 100년 전 학교의 풍경으로 본 근대의 일상

『학교의 탄생』



지은이: 이승원/ 펴낸곳: 휴머니스트/ 펴낸날: 2005년 4월

100년 전 학교의 풍경은, 학생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학교의 탄생』은 근대계몽기라 불리는 1894∼1910년 사이의 신문인 <독립신문>, <매일신문>, <대한매일신보> 등과 잡지에 실린 기사를 통해 그때의 풍경들을 하나하나 되살려 낸다. 학교 풍경을 통해 한국 사회의 근대기를 조명하고 있는 『학교의 탄생』은 계몽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국가차원의 교육이 개인의 일상을 어떻게 지배하고 훈육하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근대 초기의 교육이 '지금-여기' 우리의 삶에 어떤 자화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분석한다.

서구에서 유입된 각종 문화와 풍속, 그리고 제도들이 조선적 전통과 일대 대결을 벌였던 격전지로, 기독교가 전파되고, 근대식 스포츠와 놀이문화가 양산되고, 서구식 제도들이 일상화 되는 공간으로 학교는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근대 초기 교육은 '부국강병'을 내세워 학생들에게 '민족'과 '애국정신'을 고취시키고 힘의 논리와 생존경쟁에서 이길 것을 강요한다. 또한 '열등한' 민족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리라 믿었던 서구 문명제국이 구원자가 아니라 결국 침략자였음을 고발한다.

더욱이 근대 자본주의에서 국가가 인민들을 무지한 존재로 각성시키고 계몽시킬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처럼 교사와 학생도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라는 이분법으로 정확하게 구분된다. 교사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생각의 주체였고, 학생들을 훈련시키고 교육 내용을 선택할 수 있는 권력을 지녔지만 학생은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이자 생각의 대상이고, 얌전히 훈련을 받는 객체로 존재한다. 또한 엄한 규율이 학생들을 위해 좋은 것이며,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도록 학습시킴으로써 '인간 로봇'으로 길들인다. 최근 두발자유화 등 청소년인권 보장을 요구하며 집회를 진행하려는 학생들을 '계몽시켜야할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징계로 위협했던 학교와 교육관계자들의 모습은 이러한 왜곡되고 수직적인 관계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학교의 탄생』은 100년 전 학교가 억압과 규율의 공간인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려는 역동적인 축제의 장이었음을 강조한다. 지긋지긋하게 대물림된 신분과 계급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이며, 일상에서 억압되었던 개인들의 욕망을 한없이 증폭시켜 폭발음을 뿜었던 축제의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만민공동회와 동맹휴학 등 학생들의 저항과 투쟁에 주목하면서 학생들이 수동적인 존재가 아님을 보여준다. 따라서 교육이 축제와 해방의 과정이기 위해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꿈과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생의 관계여야 함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