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위헌이고 굴욕적이라며 온 국민이 반대한 용산 기지 이전 협정을 기어이 국회에서 비준하고, 평택 농민들이 손수 개간한 농토를 빼앗아 미군에게 제공하는 등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바로 미국의 세계패권을 위한 신 군사전략에 한국 정부가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1-4-2-1 군사전략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변화된 안보환경에 대응하여 새로운 군사전략을 수립하였다. 이 '1-4-2-1 군사전략'은 △미국 본토 방위 △4개 지역에서의 전쟁 억제 △대규모 전쟁 2곳에서의 신속한 승리 △이 중 1곳에서의 결정적 승리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1-4-2-1 군사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군사력을 재배치하고 기지를 통·폐합하고 있다. 지난해 한미 양국이 2008년까지 주한미군 1만2500명을 감축하기로 한 것도, 한국내 미군기지를 2개의 허브기지로 재편하는 것도 '1-4-2-1 군사전략'에 따른 전 세계 미군 재배치의 일환이다.
미국은 미군의 변화와 발전방향을 담은 '비젼 2020'에서 정규전뿐만 아니라 소규모 지역분쟁, 평화유지, 평화강제, 인도적 구호 작전 등 전쟁 이외의 군사작전에서도 적을 압도할 수 있는 '전방위 우위'의 군사력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기존의 재래식 대규모 전쟁에 대비한 작전계획과 군사조직, 무기보다는 모든 종류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첨단정밀성와 기동성이 있는 첨단무기로 무장한 군사조직과 새로운 작전계획 등을 수립하고 있다.
미국은 자신들의 신군사전략의 관철을 위해 동맹국과의 합동작전을 중시한다. 연합 C4I를 가동하여 무기체계에 대한 기술적 호환성을 높일뿐만 아니라 실제 작전을 전개하는 과정과 군사 조직에서도 상호호환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이는 동맹국에 대한 첨단과학무기 구입 압력 및 동맹군의 첨단과학군화를 촉구하는 조건이 된다. F-15K 등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기도입 압력을 생각해 보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미국의 신군사전략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한미동맹을 그 하위체제로 편입하여 중국을 봉쇄하고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전략을 수립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를 허용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남한 영토로 한정 되어있는 주한미군의 작전 범위를 한반도 밖까지 확대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허용된다면 주한미군은 한국을 발진기지로 하여 전세계 분쟁에 개입하게 되고, 한국군은 불평등한 한미연합지휘체계에 의해 미군의 지휘에 따라 미군과 함께 전세계 분쟁에 개입하게 될 것이다.
특히 대만-중국 사이의 분쟁에 주한미군이 개입하게 된다면 한반도의 전쟁위기는 훨씬 높아지게 된다. 지난 3월 8일 노무현 대통령의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 이는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이라는 발언도 바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할 경우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이다.
5026, 5027, 5029…
그러나 대통령의 이런 경고에도 이미 미군은 구체적 영역에서 전략적 유연성, 즉 주한미군의 아시아·태평양 신속기동군화를 관철시키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의 전면전을 가상한 작전계획 5027, 북한의 핵시설이나 주요 군사시설을 군산 미군기지에 이미 배치되어 있는 스텔스전폭기 등으로 타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전계획 5026, 북한 내부에 우발사태가 발생했을 때 주한미군이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계획 5029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개념계획 5029는 △쿠데타 등에 의한 북한 내전 상황 시 국경 봉쇄 △북한 내 한국인 인질 사태 시 구출작전 △대규모 주민탈북사태 시 군부대 임시 수용 후 정부에 인계 △핵·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반란군 탈취 시 특수부대 투입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군사작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도 북에 대한 군사작전을 수행하겠다는 명백한 대북 침략계획이다.
군조직과 관련해서도 주한미군은 얼마 전 미2사단의 미래형 사단(UEx)으로의 개편을 완료했다고 발표하였다. 원거리 작전능력과 정밀타격력을 갖춘 미래형 사단은 한반도 밖 분쟁개입에 용이하도록 아파치롱보 공격 헬기와 최신예 에이브럼스 전차, 단연장로켓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미군은 광주, 군산, 평택, 인천에 MD 무기인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하거나 할 예정이다. 서해안을 따라 MD벨트를 구축하는 것은 모두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의 MD 구상 자체가 '미래의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이다.
평택을 지키는 것은 평화를 지키는 것
신 군사전력에 따른 새로운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21세기 최첨단군으로 개편된 주한미군은 평택미군기지 확장으로 그 물리적 토대를 갖게 된다. 평택은 북한의 장사정포 사거리에서 벗어나 있으며, 평택 항과 오산 공군기지가 가까워 전쟁물자를 공급받거나 부대를 전개하기에 수월한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저지하는 것은 농민들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의 신군사전략이 가장 앞서 관철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군의 물적 토대를 없앰으로써 주한미군에 대한 주권적 통제장치 마련과 함께 미국의 의도를 좌절시키고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내는 의미를 갖는다.
덧붙임
오미정 님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홍보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