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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 없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에요"

민주노동당 '학생인권법안' 청소년토론회 열려

"인권 없는 민주주의는 짝퉁이고, 인권 없는 교육은 교육이 아닙니다. 학생인권을 지키려고 하는 우리 학생들의 실천이 이어져야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겁니다."
"이 법이 그대로 통과되더라도 학교현실이 갑자기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들의 의식도 성장해야 하고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실천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학생이기 이전에 인간이라는 점을 기억합시다."

14일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과 청소년위원회(준)가 공동 주최한 '학생인권법안' 청소년토론회 현장에서는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법적 토대를 확보해야 한다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법 개정과 함께 법 내용을 현실로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1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학생인권법안 청소년토론회 모습

▲ 1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학생인권법안 청소년토론회 모습



최근 학생들에게 보장되어야 할 인권기준을 구체화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초안을 확정한 민주노동당은 14일 오후 3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어 청소년 당사자들의 의견을 직접 수렴했다. 이 자리에는 50여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해 최초로 마련된 '학생인권법안'에 대해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학교를 민주주의와 인권이 꽃피는 곳으로

이날 공개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초안은 학칙으로 인한 학생인권 침해 금지 민주적으로 구성된 총학생회의 권한 명시 학교운영위원회 학생대표 참여 체벌 금지 0교시, 두발·복장검사, 소지품검사 등 금지 학교인권침해 실태조사와 인권교육 실시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학생 자치활동 보장과 학내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학생회 권한 강화, 그리고 학생인권 신장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 개정의 핵심이다.

민주노동당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 민주노동당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생생하게 증언해 나갔다.

'발전하는 학생회 가자' 이아라 씨는 현재 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 대변하기보다 도시락 나르고 수능 기원 떡값 걷고 학교청소나 하는 조직으로 전락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 씨는 "사업을 추진할 때 극히 필요한 권한인 예·결산권이나 대의원회의 개최권, 학생회 사업 결정권 등 이러한 권한 모두는 학생회가 아닌 교사들로 이루어진 지도위원회에서 갖고 있다"면서 학생회의 법적 근거를 분명히 하고 자치권과 학교운영위원회 참여권을 명시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청소년 더하기' 최미연 씨는 시험을 못봤다는 이유로 매를 맞고 마음에 피멍이 들었던 경험을 소개하면서 "체벌은 교사의 절대권력을 상징하며 학생들에게 무기력만 안겨주는 폭력"이라며 체벌금지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고1이 된다는 목진성 씨는 "지난해 두발규정 개정 회의가 열렸으나 참가자는 학생회장과 각 부장, 선도부원들뿐이었고 회의 시작 전 학생부장 선생님이 자율화하자는 의견은 상정조차 말라고 엄포를 놓는 바람에 회의에서 형식적인 발언만이 나왔다"면서 "갑작스레 교무실에 불려가 매를 맞고 가위로 머리가 잘리지 않을 자유를, 아침에 가슴을 졸이며 학교에 오지 않아도 될 권리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이 법안 내용에 대해 찬성 의사를 표하고 있다.

▲ 토론회 참가자들이 법안 내용에 대해 찬성 의사를 표하고 있다.



"기회를 줘야 성장도 있습니다"

개정 내용 중 학생대표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와 관련해 심각한 사회적 반론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청소년들은 이에 대한 대응논리를 펴나갔다. 서울 ㄷ고등학교의 오모 씨는 "지금까지 주요 역사의 현장에서 학생들이 주도한 운동이 있어왔다. 학생들에게는 충분한 힘이 있다. 학교가 모든 걸 막고 있다 보니 우리 스스로가 자신에게 제한을 걸고 있다. 벼룩을 유리병에 가둬놓고 위에 유리판을 덮어두면 나중에 머리를 부딪치지 않을 정도로만 뜀뛰기를 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학교 현실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대신 학교측이 벌점제를 강화해 학생들을 통제하고자 할 때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인권연구포럼 아수나로' 조상신 씨는 "학교에서 법을 지키지 않거나 인권실태조사 때 거짓 보고를 하더라도 불이익을 줄 수 없어 법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서동아리연합회 학생들은 개정안에 동아리 활동에 대한 보장과 지원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개정안 마련을 주도해온 민주노동당 송경원 정책연구원은 "법에 모든 내용을 담을 수는 없다. 법이 통과되더라도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의 몫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전라북도 무주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모 씨도 "학생들 스스로 요구하지 않으면 법은 사문화되고 만다"면서 학생 청소년들이 인권 실현을 위해 노력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민주노동당은 내달 2일 신학기 시작과 함께 이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