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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전농3동 철거민 부상자가 말하는 죽음의 그 날

더 이상 눈물나게 하지 말라


지난 7월 25일 재개발지역인 동대문구 전농 3동 철거과정에서 화재발생으로 박순덕(35) 씨가 사망하고 1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지 20여 일을 넘어섰다. 아직까지 화재발생 원인을 비롯해 사인규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당시 부상자 중 김명식 씨등 3명이 7월 27일 구속되었다. 현재 김용인․이윤창․김태영 씨가 인근병원에서 입원․치료중인데, 화재발생 당시 철탑에 있던 김용인(38․성바오로병원 입원중) 씨와 김태영(39․위생병원 입원 중) 씨에게 그날의 숨막힌 상황을 다시 들어본다<편집자주>.

25일 오후 6시경, 포크레인 3대가 주민들이 있는 철탑 쪽으로 접근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5층에 있던 주민 5-6명이 포크레인을 향해 돌을 던졌다. 동시에 한쪽에서는 철거반원들이 철탑에 있는 주민들을 향해 최루탄을 발포했다. 잠시 후 ‘쿵’하는 소리와 함께 철탑 입구의 2중문 중 바깥쪽 문이 부서졌다.

“무슨 소린가 해서 1층으로 내려가봤어요. 철탑 앞에는 철거반원들이 옷가지며 가재도구, 책 등을 쌓아놓았고 신나냄새 같은 것이 진동했지요.” 당시 철탑에 있었던 김용인 씨의 말이다.

그는 잠시 후 다시 ‘쿵’하는 소리가 들렸고 이에 놀라 1층으로 내려가던 주민들은 갑자기 밀려 올라오는 시커먼 연기에 숨을 쉴 수 없었다고 한다. 철거반원들이 주민들이 바리케이트용으로 모아둔 폐타이어에 신나를 부어 불을 질렀던 것이라고 말했다. 철탑화재와 관련해 철거반원들에게 화염병을 던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거 던지면 제가 죽지요”라며 어이없다는듯 말했다.

철탑에 불이 나자 철탑에 있던 김용인 씨를 비롯한 10여 명의 주민들은 철탑 5층으로 대피했지만, 철탑은 금새 불길에 휩싸였다. 당시 철탑 안에는 단전에 대비해 발전기를 가동시키려고 준비해둔 휘발유가 있었는데, 이러한 인화물질등으로 인해 철탑은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이윽고 더 이상 불길을 피할 수 없게 된 주민들은 5층 철탑에서 뛰어내렸고, 많은 부상을 입게되었는데 철거반원들은 뛰어내린 주민들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이날 사고로 왼쪽 무릎뼈가 부스러지고 오른쪽 무릎뼈와 골반뼈에 금이 가는 등 가장 심하게 다친 김용인 씨는 최소 6개월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인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불길에 5층에 뛰어 매려

마찬가지로 18m의 철탑에서 뛰어내린 김태영 씨. “뛰어내린 뒤 의식을 잃었어요. 깨어보니 병원이더군요. 얼굴이 2배로 부어있었고 감각이 없었어요. 허리에도 멍이 들어있었구요. 떨어지기만 했다면 이렇게 멍이 들고 붓지는 않았을 겁니다” 라는 김태영 씨는 아직도 부기가 덜 빠져있었고, 눈에는 멍이 들어있었는데, 연골이 파열되었고 팔 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12주 진단을 받았다. 노모에게 병 수발을 부탁할 수 밖에 없다며 김태영 씨는 “선량한 사람에게 눈물을 주지 않는 재개발이 되었으면 한다”고 한숨 섞인 소리로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