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회연대(대표 이창수)가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를 상대로 제기한 '회의록 비공개결정 취소 청구소송' 과정에서, 인권위가 상식 이하의 답변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5일 인권위는 법원에다 이창수 대표가 인권위에서 한달 가량 계속해서 농성을 하고 있는 사실을 거론하며 "원고(새사회연대)의 대표자인 이창수가 장기간 부재하면서도 그 실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의심스럽다"는 내용의 서류(준비서면)를 제출했다. 특히 16일부터는 이 대표가 거의 혼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새사회연대는 서류상의 유명무실한 존재"라고 역설했다.
인권위가 문제삼은 농성은 지난 2월 27일부터 4월 1일까지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상임공동대표 이해동 등, 아래 학살규명위) 관계자들이 인권위 휴게실을 점거한 것을 가리킨다. 학살규명위는 피학살 유족, 관련 학자, 사회단체 활동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창수 대표는 여기서 정책기획실장을 맡고 있다.
인권단체가 중대한 인권현안을 해결하고자 장기간 농성을 하며 사무실을 비우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를 이유로 인권위가 자신의 비공개 관행에 쐐기를 박으려는 한 인권단체의 실체를 부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인권위는 새사회연대가 제기한 소송이 "개인 만족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며, 단체를 모독하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새사회연대 오영경 씨는 "인권위가 인권단체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이런 발언을 할 수 있고 이런 것이 준비서면으로까지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상식 이하"라고 황당해했다.
그러나 인권위 소송수행자 윤명석 사무관(행정지원국 법무담당관실)은 "재판부에서 원고의 당사자능력에 관해서 답변을 요구했고 이창수 대표가 제출한 자료에 어느 정도 의구심이 들어 해당 준비서면을 냈던 것"이라며, "이는 (새사회연대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닌, 소송기술적인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송 지휘는 판사가 한다"면서 "저희들이 그런 주장을 했다고 해서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지느냐 여부는 별개"라고 덧붙였다.
결국 인권위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서 원고 새사회연대의 당사자 능력을 문제삼는 것은 '소송기술적'인 부분으로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윤 사무관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것이 인권위의 공식적인 입장이냐'는 물음에 대해 윤 사무관은 "소송수행자의 입장에서 의구심이 들어서 문제제기한 것"이라며, "이를 가지고 집요하게 '인권위의 공식 입장이냐 아니냐' 물어보면 안 된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와 관련 다산인권센터 송원찬 활동가는 "회의록 공개와 민간인학살 농성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데 이를 동일하게 바라봤다는 것 자체가 소송기술적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며, 농성으로 눈 밖에 난 단체에 대해 인권위가 소송의 본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흠집내기'에 나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황당한 준비서면 때문에 인권위의 업무수행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