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야누쉬 코르착/ 옮긴이: 송순재·안미현 등/ 펴낸곳: 내일을여는책/ 416쪽/ 2002년 3월
어린이날을 맞아 학대받는 어린이, 빈곤의 덫에 갇힌 어린이, 장애아와 이주노동자 자녀 등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더 짙은 그늘에 있는 어린이들을 먼저 살피고 배려하는 하는 일은 당연하지만, 이런 이슈화가 나머지 어린이들은 행복하다는 근거 없는 가정을 강화할까 걱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어린이의 벗' 야누쉬 코르착의 저작을 다시금 상기할 필요가 있다.
1878년 유태계 폴란드인 가정에서 태어난 코르착은 1911년 '돔 시에로트' 고아원의 책임을 맡은이래 평생을 어린이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 헌신했던 인물이다. 그를 아는 이들은 자신이 돌보던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나치죽음의 수용소로 향하는 트레블링카행 기차에 기꺼이 몸을 실었던 그의 마지막을 충격적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짙은 감동은 '미래에 구속된 어린이'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어린이' 하나하나의 모습을 따뜻하고 세밀한 눈으로 관찰하면서 얻어낸 그의 어린이 인권론으로부터 나온다.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가』(1918)에는 어린이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고 그들을 사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코르착 평생의 통찰이 담겨 있다. 코르착이 주장하는 어린이에게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기본권은 죽음에 대한 권리, 오늘 하루에 대한 권리, 원래 자기 모습대로 있을 수 있는 권리이다. 모두가 어린이 스스로 자신을 표현하고 요구하고 '오늘'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권리들이다. 그는 기숙사와 여름 거주지, 고아원의 일상을 탐구하면서 어린이가 공동체의 진정한 구성원이 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한다. 서로를 돌보고 자치 회의와 법정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어 시민으로 성숙해나가는 과정은 '어린이의 공화국'이 가까운 곳에서 건설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옮긴이들이 쓴 코르착의 일생과 교육론에 대한 해설도 그의 어린이 인권론을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 구실을 한다.
그의 다른 저작 중『아이들이 심판하는 나라 1, 2』, 『아이들을 변호하라』,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도 국내에 번역 출간돼 있어 함께 읽어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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