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똑 떨어졌다. 아는 여성의 귀에다 대고 살며시 속삭인다. "생리대 있어요?" 상대방은 가방 깊은 곳에서 주섬주섬 헝겊 주머니 안에 든 생리대를 꺼내 손에서 손으로 꼭 쥐여 준다.
상당수의 여성들에게 월경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몸의 신호이지만, 공공의 장소에서 월경을 드러내는 일은 여전히 무언의 금기 조항이다. 월경 중일 때 혹 옷에 피가 묻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생리통 때문에 몸 구석구석이 아파도 월경 중이라고 쉽사리 공언하지 못한다. 월경 중인 여성 스스로가 월경을 부정적으로 느끼는 데에는 월경을 감추어야 할 불결한 대상으로 간주해 온 역사와 관련이 있다. 동서양 구분 없이 월경 중인 여성은 각종 제사에 참석할 수 없었고, 중세시대에는 월경 중인 여성을 종교적 절차를 통하여 정화시켜야 할 존재로 규정하기도 했다.
여성이 직접 느끼는 월경을 둘러싼 구체적 경험은 무시한 채 월경을 그저 출산의 예비단계로만 바라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월경을 하지 않는 여성은 출산능력이 없다며 '비정상적인 여성'으로 취급받는다. 더욱이 월경 중인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는 놀랍도록 무시된다. 생리통으로 인하여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도 월경으로 인한 결석을 허용해 주지 않기 때문에 여학생들은 꾹 참고 학교에 가야 한다. 또한 생리휴가가 무급으로 되어 여성 노동자들은 월경을 둘러싼 아무런 명시적 권리도 갖지 못하게 되었다. 자궁암으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들의 신음소리가 계속되어도, 상당수의 여성들이 생리대 때문에 몸이 가렵고 쓰라리다고 호소해도, 생리대가 자궁에 끼치는 영향이 어떠한지에 관한 연구와 조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그저 티 안나고 청결하다고 외쳐대는 생리대 광고만 무성할 뿐이다.
월경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언제 끝날지 아득하기도 하지만, 여성의 눈으로 월경을 바라보자고 시작된 월경 페스티발이 어느덧 6회를 맞이했고, 여성의 몸에 친화적인 대안생리대 만들기 운동도 뜨겁게 호응 받고 있다. 이제는 당당히 말하고 요구하자. "난 월경 중이야!"
- 2661호
- 이진영
- 2004-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