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9일 베이징에서 타결된 6자회담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는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4차 6자회담이 타결되면서 6개국이 공동으로 채택한 공동성명은 한반도 평화와 에너지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공동성명의 6개항 중 첫 번째 항의 내용이 바로 '한반도에서 평화적 방식으로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이루는 것'이라는 점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남과 북 모두 핵무기 배치나 핵무기 반입, 핵 프로그램 개발을 포기해야함을 약속했고, 미국이 이를 보증하고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에 이어 공동성명은 '북(DPRK)은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북의 '평화적 핵 이용권' 주장을 반영한 이 내용은 북 사회 에너지 문제의 절박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공동성명의 세 번째 항에서는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 그리고 미국은 북에 에너지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굳이' 못박고 있다.
북의 에너지난이 낳은 인권침해 현황
북의 에너지난은 이미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워크샵 2부 주제인 '북 사회와 에너지권리' 분야에서 발제를 맡은 전국전력노조 이경호 대외협력국장은 "2001년 연간소비전력량 170억kWh는 1992년 대비 절반에 불과해 적어도 2배 이상의 발전전력량 확보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생산설비의 정상적 가동과 주민생활에 필요한 전력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러한 전력부족 상황은 "일상화된 정전과 주파수 문제 등 열악한 전기품질이라는 또다른 어려움을 낳는다"고 이 대협국장은 설명했다. 게다가 북의 송배전 계통의 노후화는 전력 손실율을 높여 더욱 전력 문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전사회적인 에너지난은 주민들의 일상적인 인권침해의 원인이 되어왔다. 북은 1997년에 이미 일반 가정에 1일 2회로 전력공급을 제한하는 등 주민들의 에너지 사용을 엄격히 통제해왔다. 특히 지방도시의 경우 1일 2~4시간 정도만 전력을 공급하면서 조명용 전기사용도 규제하는 등 에너지난으로 인한 주민들의 인권침해 정도를 짐작케한다.
공장이나 기업소들의 생산은 물론 철도와 궤도, 무궤도 전차 등의 운행에 곤란을 초래하고 공공건물과 주민들에 대한 난방, 용수 공급, 조명마저 어렵게 하고 있으며 농촌에는 탈곡, 정미용 전력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여 식량사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통일부, 『주간북한동향』 제575호, 2002년 1월)
북 에너지 부족의 내외적 원인들
이와 같이 에너지 부족은 경제 구조상 생산력과 식량사정마저 악화시키는 한 원인이 되어 주민들의 생활을 더욱더 어렵게 하는 데 일조해왔다. 사회주의 경제블럭의 해체와 미국의 경제봉쇄, 중국과 러시아의 발전연료 도입에 대한 경제적 지원 중단 등은 북의 에너지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경제발전 동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어왔다. 이 대협국장은 "경제적인 면에 있어서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인해 원자재의 부족으로 전력부족이 나타나고, 전력부족이 마이너스 성장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의 상황에 놓여 있다는 측면에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북의 전력설비가 노후화되면서 발전설비의 가동율이 저하되고 송변전 설비의 낙후로 인한 전력 손실이 증가하는 등 기술적 원인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북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 협력이 중요
북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대협국장은 "남북 협력과제로 발전용 연료의 지원, 소용량 발전소의 긴급건설 등이 단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남북간의 전력기술 표준화를 포함하여 기술 검토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과제를 제시했다. 그리고 "북측의 전력부족이 설비부족보다는 발전량 부족에 기인한다는 점을 감안해 최우선적으로 발전설비, 송전설비 등 노후 전력설비에 대한 개선책을 지원해 생산능력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남북 전력협력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북 정부 역시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에너지난 타개 없이는 산업부분 생산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에너지 문제 해결 3개년 계획('03~'05)'을 수립, '3단계 전력증산계획'의 1단계로 대규모 수력발전소 건설을 국가적 사업으로 선정해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통일부에서 발행하는 『주간북한동향』 제674호를 보면, 북 정부는 수력발전소 건설, 화력발전소 보수 정비, 화력발전용 석탄증산과 함께 절전홍보 및 지도강화 등 전력난 해결에 매진해왔다.
"평화의 에너지가 대안,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라"
특이할 만한 것은 북 정부가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풍력, 태양력, 조수력, 메탄가스 등 대체에너지 개발도 주력해왔다는 점이다. 이 분야의 또다른 발제자인 이현민 부안시민발전소 소장은 "남과 북이 함께 평화의 에너지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제공하거나 전력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태양광발전기나 풍력발전기와 같이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전력시설을 보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이필렬 에너지대안센터 대표의 말을 빌어 "경수로 건설비를 최대 7조 원으로 잡고 이 중 절반씩을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에 투입하면 각각 70만kW와 350만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경수로에 들인 돈을 가지고 풍력발전기와 태양광발전기를 보급했으면 사업을 시작한 첫 해부터 전기를 생산할 수 있었을 것이며 그동안 경수로 건설비로 잡혔던 비용을 모두 지출했다면 지금쯤 북한 전역에서 기본적인 전력 수요량은 충분히 공급되는 성과를 거뒀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 뿐만 아니라 "남한에 있어서도 국가의 중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여야 할 시기가 되었다"며 "1979년 미국의 쓰리마일섬 발전사고와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사고는 핵 발전이 폐지되어야 함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남북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날 워크샵은 에너지 문제가 바로 인권 문제와 직결되는 기본적 권리의 문제임을 참가자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북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문제의 중장기적인 정책적 해결방안이 반드시 고민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당장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시급한 정책적 대안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북의 에너지 문제 해결은 남과 북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를 고민하며 협력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는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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