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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오름 > 박김형준의 못 찍어도 괜찮아

[박김형준의 못 찍어도 괜찮아] 네모 없는 네모


수업은 시작했는데,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친구가 앉아 있습니다.
기관 선생님께서 '너 계속 이러면 오늘 핸드폰 못 쓰게 한다.' 하시며 협박 아닌 협박으로 핸드폰을 내려놓으라 여러 번 말씀하셨는데도, 적응이 되었는지 대답만 할 뿐. 시선은 여전히 핸드폰에 향해있네요.

시간이 좀 지났을까요. 결국 핸드폰을 내려놓고, 저를 바라봅니다.
"좋았어! 우리 이제 사진을 한번 찍어볼까요?"
"네. 선생님."

첫 만남엔 핸드폰을 내려놓고도, 제 눈을 잘 바라보지 못했던 친구. 이제는 수업 시간에 "재밌어요.", "좋아요."하며 무척이나 부산하게 움직입니다.

"지금 뭐 하는 건가요?"
"네모요. 네모 찍으려고요."
"아까도 종이를 잘라서 네모를 만들었잖아요."
"이번엔 이거 찍으려고요."
"와~~~ 이번엔 네모를 뜯어내고 빈 공간을 찍으려 하는군요."
"네."
"네모 없는 네모네요?"
"네."

모양을 찾아내는 수업에서 본 것 중 인상 깊은 사진 중 하나가 될 듯 하네요.

"네모를 뜯어내고 만들어낸 네모라... 너무 멋있네요."
"그래요?"
"멋져요."
"네. 선생님. 이제 저 핸드폰 해도 되죠."
"네? 아~ 그래요."

잠깐 동안의 만남 후, 그 친구 다시 핸드폰의 세계로 들어가 버렸네요.

"오늘 친구를 통해 멋진 사진을 하나 배웠어요. 고마워요."
"네."
무성의하게 대답을 하고, 시선은 핸드폰에 가 있었지만, 약간의 뿌듯한 표정이 다시 저를 기쁘게 하네요.
오늘도 이렇게 수업은 마무리됩니다.
덧붙임

박김형준 님은 사진가이며 예술교육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