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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산'

정록

등산을 하면 좋아하는 편이다. 나름 잘 타는 것도 같고. 그런데 등산 가기로 결심하고 실제 산에 가기까지가 너무 어렵다. 10월말 경북 주왕산행 버스를 예매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주왕산 입구까지 고속버스가 운행한다. 아마 이렇게 접근성 좋은 곳은 없을 듯하다.

 

가원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라이온즈해드(사자머리)라는 산이 있다. 산 정상에서 보는 일몰이 기가 막히다고 해서 오르기 시작했는데, 정말이지 아찔하게 위험했다. 이미 높이 오를 대로 오른 산 중턱에서 홀로 내려갈 자신이 없어 그저 앞만 보고 걸었다. 그리하여 결국 도달한 산 정상에서 본 일몰은 정말이지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그러나 목숨을 걸 만큼은 아니었다. 과연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을까.

 

미류

한라산이나 지리산처럼, 산이라기보다 길이라는 느낌이 더 나는 흙산이 좋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전에 갔던 주왕산이 기억에 오래 남아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다. 주왕산까지 찾아들어가는 청송의 산록도로가 좋았던 때문인지, 바위산인데도 따뜻했던 기억이다.

 

대용

안식년에 여행을 하면서 해발 3000m 이상의 산을 몇 차례 오른 적이 있다. 반갑고 따뜻한 산의 느낌이 아니라 버겁고 고통스러움이 함께 동반되었던 기억이 강렬하다. 내가 알던 방식이 아닌, 기대와 다른 자연의 모습을 발견할 때 자연의 좋음보다는 그런 자연을 기어코 찾아가는 인간의 마음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떠올리게 된다.

 

해미

산을 꽤 좋아한다. 인간도 소음도 적고, 무엇보다 공기가 맑아서. 올 봄에는 매주 주말에 등산을 가리라 다짐도 했었는데, 네 번인가 오르고 나서 좌절됐다.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내 다리는 등산을 즐길 정도로 튼튼하지 않으니, 걷기랑 뛰기부터 잘 해보라고 조언해줬다. 그치만 이대로라면 끝내주는 가을산을 놓칠 터! 그냥 ‘흥, 웃기는 소리’하고선 산에 오를 수밖에.

 

2008년 무려 전세비행기로! '어린이어깨동무'의 4차 평양방문에 함께했을 때 묘향산에 올랐다. 하지만 산세는 하나도 떠오르지가 않고... '버들치'라는 물고기 이름을 처음으로 알게 해준 안내판과 단군신화 속 바로 그 '단군굴'로 가는 길을 가리키던 표지판만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래도 내 인생의 '산'이라면 역시 묘향산을 꼽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