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찾아와 가려운 데 박박 긁어주시는 폴짝 늬우스~
요즘 세계 곳곳에서는 쌀이랑 옥수수, 밀, 밀가루와 같은 곡물 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어 사람들의 근심이 커져가고 있다고 합니다. 살짝 들어볼까요?! 나 기자~
(작은 섬나라인 아이티) 실례합니다. 우린 한국에서 왔는데요. 인터뷰에 응해줄 수 있나요? 고맙습니다. 이름이 뭐예요? 우에냐라고요? 네~ 우에냐는 학교에 다니나요? 내년이면 학교에 갈 수 있는 나이가 된다고요? 아하! 근데, 지금 손에 든 건 뭔가요? 쿠키? 뭐로 만든 쿠키요? 진흙? 그 쿠키 이름이 진흙쿠키라고요? 오늘 그것 말고는 무엇을 먹었나요? 아무것도 못 먹었다고요? 어제는요? 아무 것도요? 집에는 먹을 게 아무것도 없어서, 어제도 오늘도 진흙쿠키만 먹었다고요? 다른 식구들도요? 네, 그렇군요.
(미국) 여기는 미국의 한 대형마트입니다. 대형마트 곳곳에는 ‘한 사람 당 쌀은 네 포대까지 살 수 있다’는 알림판이 써 있습니다. 요즘 미국에서도 쌀이랑 옥수수 값이 날마다 오르다보니, 필요 이상으로 쌀과 옥수수를 사서 모아두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 한편, 학교공부 마치고 집으로 가는 초등학교 6학년 윤경이의 발걸음이 오늘따라 가볍습니다. 노동절이라 공장에 가지 않은 엄마가 동생이랑 집에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늘은 여태 모아두었던 용돈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학교와 집 사이에 있는 시장에 들러, 동생이 좋아하는 맘모스빵이랑 엄마가 좋아하는 만두를 사가지고 가려고요. 그런데 만두가 생각보다 비쌉니다. 만두가게 아저씨는 밀가루 값이 올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빵집에 갔더니 윤경이가 가진 돈으로는 맘모스빵을 살 수 없습니다. 빵집 아줌마도 밀가루 값이 올라서 모든 빵 값이 올랐다고 합니다. 윤경이는 만두랑 달랑 팥빵 하나 든, 가벼운 봉지에 발걸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이상 나 기자~ 였습니다. 스튜디오 나와주세요!
그렇다면 왜 곡물 가격이 오르는 걸까요?
실제 일구어 거두는 곡물 양은 온 누리 사람들을 충분히 다 먹이고도 남을 양이라는데, 왜 곡물은 점점 비싸지고 그래서 제대로 먹지 못하고 굶주리는 이들이 많아지는 걸까요? 많이들 두리번거리며 그 이유를 찾고 있는데, 특히 눈총 받고 있는 셋과 어렵게 인터뷰를 했습니다. 나 기자~
(중국) 온 누리 사람들은, 지금 밀가루 값이 오르는 게 우리가 하도 먹어대서 그런 거라고 하는데, 글쎄요. 그러니까 우리가 이제까지는 밀을 수출하는 나라였는데 몇 년 전부터 우리 밀로는 부족해서 수입하게 되었거든요. 우리도 수입하기보다는 우리 땅에서 나는 밀로 먹고 살아야 하는 건 알지요. 하지만 바로 이웃인 한국만 봐도 거기는 밀을 경작하는 양이 고작 0.2%라고요. 그러니까 한국이 소비하는 밀의 99.8%는 모두 외국에서 수입해 온 거예요. 그런 나라도 있는데 우리가 수입하는 것만 가지고, 곡물 값 오르는 걸 우리 탓으로 얘기하는 건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라고요! 물론 밀을 많이 먹게 된 건 피자나 햄버거 등의 소비가 늘어나면서부터니까 이러한 식생활 변화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고민해봐야겠지요.
(돼지랑 소, 닭) 먹어댄다고 눈총 받는 걸로 따지면 우리만큼 억울할까 싶네요. 그래요, 온 누리 곳곳에서 우리를 키운다면서 목장을 만들기 위해 숲을 끊임없이 없애고 있다는 걸 알아요. 근데 우리가 그냥 많아지는 게 아니라 정부랑 기업이 우리를 더 많이 팔아 돈 벌려고 숲이랑 지구를 망가뜨리면서까지 키우는 거잖아요. 우리도 빽빽하게 갇혀서 사람들 음식이 되기 위해 살아가는 건 정말 바라지 않는다고요! 우리 고기를 더욱 많이 얻겠다고, 굶주리는 이들도 외면하고 자기 뱃속 채우는 사람들이 정말 무서운 거죠.
(바이오 연료) 허허, 사람들이 나에 대해 부쩍 많이 얘기하더라고요. 맞아요, 나는 석유를 대신할 에너지로 급 떠오르고 있는 귀하신 몸이라우! 석유 때문에 전쟁도 마다 않았는데,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을 발효시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다니 정말 대단하다 싶죠. 물론 지금 기술 상 내가 너무 많은 옥수수랑 사탕수수를 먹기는 해요. 하지만 진짜 문제는 나를 이용해 한몫 잡겠다는 정부나 기업이 아닐까요? 모든 이들을 먹이고 살리는 데에는 관심도 없이 그저 돈이라면 껌뻑 죽는 정부나 기업들! 진짜 눈총 받아야 할 건 바로 그들이라고요.
나 기자~ 인터뷰 잘 들었습니다. 듣다보니 모든 사람들, 더 나아가 모든 생명이 굶주리지 않고 더불어 건강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건 뭐고 없어져야 할 건 뭔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누구나 더불어 나눠야 할 것
한국 정부는 자동차와 핸드폰을 다른 나라에 파는 대신 다른 나라의 농작물을 사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어 그 돈으로 먹고 살면 된다는 생각으로요. 너네 자동차랑 핸드폰을 살 테니 그 대신 값싼 우리 농산물을 사가라는, 미국 같은 나라의 속삭임에 넘어가기도 한 거죠.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얼른 빨리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에 농업보다는 기계 산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게 되었고, 우리의 밥상은 수입 농산물이 아니면 차릴 수 없게 되었어요.
그 나라 곡물이 밀려난 자리를, 중국산 콩과 미국산 밀가루와 쌀, 그리고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유전자조작 옥수수가 차지하게 된 겁니다. 이건 한국뿐 아니라 식량위기를 겪고 있는 필리핀이나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 많은 나라들이 수입 농산물에 의존하는 이때, 지금과 같이 곡물 등 식량 가격이 갑자기 오르면 대책 없이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어요. 한편에서는 돈 없는 온 누리 사람들이 굶어 죽는 상황에 이르고, 한편에서는 농산물을 파는 나라와 기업들이 옳다구나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일이 일어나게 되는 거지요.
물, 공기, 그리고 밥이나 빵과 같이 끼니에 주로 먹는 음식인 곡물은, 사람이면 누구나 더불어 나눠야 할 권리입니다. (사람만이 아니겠지요!) ‘권리’라는 건, 내가 한국에 태어났건 미국에 태어났건 아이티에 태어났건 부자이건 가난하건 나이가 어리건 많건 상관없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우리 곡물을 어떻게 생각하고 농업을 어떻게 여겨왔는지 곰곰 따져봐야 할 거예요. 값싼 수입 농산물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자기 나라 농업을 살리고 모든 이의 먹을 권리에 대해 고민해야 해요! 사람들의 생명보다 곡물을 가지고 돈만 벌 생각에 사로잡힌 기업이랑 나라들에게 어떻게 똥침을 날릴 수 있을까요? 이상, 어쩌다 찾아오는 폴짝 늬우스~였습니다.
덧붙임
괭이눈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http://dlhre.org) 활동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