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은 주인공 16세 소년 홀든 콜필드가 몇 번의 퇴학과 자퇴 이후 들어간 명문 사립학교에서조차 퇴학당한 뒤, 집으로 가는 것 대신 가지고 있던 돈으로 싸구려 호텔과 길거리를 전전하며 겪은 이틀 동안의 시간과 그것을 회상하는 장면들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그가 세상을 보아 온 방식을 조금씩 움직이게 한다.
학교에서 퇴학당하는 모습을 시작으로 모든 이야기는 홀든을 따라 움직인다. 홀든은 자신의 삶과 그 주변에서 소위 ‘어른’들이 만들어낸 사회의 부조리함과 모순을 보았고, 자신이 서 있는 세상과 사회가 쓰레기이고 똥통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기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떠날 수 있지 않았을까?
길 위에 있는 그는 어느 한 곳에서 오랜 시간을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어딘가로 떠난다. 그 시간 속에서 사람들과 그들의 따뜻함이 그리워질 때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홀든이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거짓된 사람들의 모습도 포함 되어 있는데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그리워하는 자신을 보고 그런 모습이 싫어 부정하고, 또 다시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이 아닐까.
홀든은 가는 곳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본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만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에게는 피비라는 여동생이 있는데, 홀든은 피비만이 자신을 쓰레기 같은 사회에서 구원해주는 존재이고 자신 또한 피비를 지켜주고 싶어 하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타인들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냉소적이고 무관심하다고 생각했던 그가 사람에게 애정을 갖는 모습을 봤고, 그것이 홀든에게 어떻게 다가왔을지 책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나마 사냥 모자가 도움이 되긴 했지만, 흠뻑 젖는 건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피비가 목마를 타고 돌아가고 있는 걸 보며, 불현듯 난 행복함을 느꼈으므로. 너무 행복해서 큰소리를 마구 지르고 싶을 정도였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피비가 파란 코트를 입고 회전목마 위에서 빙글빙글 도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정말이다. 누구한테라도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머무름과 떠남 사이에서 홀든은 늘 떠난다. 그렇지만 더 이상 세상과 자신을 내버려두는 것이 아닌, ‘함께’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곳에서, 누구를 만나게 되더라도 지금 그가 느끼는 행복함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느끼는 행복함은 존재 할 것이고, 그 안에서 피비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지키고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길 것 이다. 그러면서 삶에는 모순과 위선, 비판적인 모습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또한 깨닫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 그를 지탱하는 힘이자, 그가 계속해서 떠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왜 이리 더딘지, 눈앞에 보이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지도 않으려고 하던 때가 있었다. 보지 않으려 해도 자꾸 보이는 것. 지금 내 앞에 놓인 것은 끝도 없이 펼쳐지는 뒤틀린 삶의 모습이었다. 그 속에서 진심을 잃어가는 사람들과 자신을 보았으며 어느 누구의 힘으로도 바꿀 수도, 찾을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는 내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부조리하다고 느끼는 것과 맞닥뜨렸을 때, 피하기도 하고 실제로 몸을 움직이기도 한다. 무엇을 하든, 어느 것을 선택하든 결코 쉽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온 힘과 마음을 쏟아 포기하지 않고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덧붙임
센 님은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