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마라죠? 창밖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니 몇년전 사진수업이 떠오르네요.
그때도 오전부터 비가왔어요. 센터에 들어오자마자 낮게 깔린 분위기에 약간은 걱정되는 그런 날이였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즐겁게 시작해야지.' 라고 마음을 먹고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한 회원분이 저에게 말씀하십니다.
"선생님. 오늘 밖에 나가나요?"
"아. 오늘은 지난주 1팀이 진행한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서요.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에이~ 왜 안나가요! 나가야죠."
갑자기 김이 빠진 듯한 회원님의 표정에 제가 약간 섭섭해집니다. 저도 몰래 약간 큰 목소리가 튀어나옵니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안에서 진행했으면 해요."
회원분은 더 아쉬운 얼굴을 하시네요.
전 다시 '그래 편하게~' 라며 마음을 고쳐먹고, 회원분들께 말씀드립니다.
"다른 회원분에게 말씀들으신 분도 계실꺼에요. 저번 시간에 이어 오늘도 '사진 이어 그림그리기'를 해볼까해요."
갑자기 저랑 얘기하신 회원분의 한말씀이 이어집니다.
"전 안할래요."
"왜 그러세요?"
"별로 찍고 싶지는 않은데요."
"아. 네."
"네. 그냥 안찍을래요."
간만에 경험하는 회원분의 반응이라 당황스러움이 제 얼굴로 올라오는 듯 합니다.
"음... 그럼 찍지않으셔도 되요. 선택이니까요. "
이때 갑자기 제 마음이 한마디를 합니다.
'매번 찍고 싶을 수는 없잖아. 피곤하신거겠지.'
조금 맘을 가다듬고, 회원분에게
"피곤하신가봐요." 라고 말씀 드려봅니다.
"네. 어제 산에 다녀왔거든요."
회원님의 대답에 제 마음이 약간은 편해졌습니다.
"아~ 그럼 미리 말씀하시죠? 피곤하시면 쉬고 계세요."
"네~ 그냥 앉아있을께요."
약간의 마음의 요동침이 끝나고 나니, 회원분들은 자신이 찍어온 반쪽의 나머지 얼굴을 그리거나, 얼굴이 불편하신 회원분들은 사물의 반쪽을 담아와 나머지 반쪽을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로 그려봅니다.
갑자기 그때 아까 이야기한 회원분이
"저도 사진찍어야겠어요. 피곤함이 좀 풀렸네요." 라고 말씀하시네요.
"네. 그러세요." 라고 저는 대답합니다.
그림을 후다닥 그리고 나서 크게 한마디 하십니다.
"아 진짜 잘 그렸다."
"선생님. 잘 그리셨는데. 분침은 안그리시나요?"
"음. 안 그릴래요."
"네. 분침을 안그린 것은 작가의 의도라고 이해하면 되겠네요."
"그러세요."
시크한 반응을 보이시더니 한마디 더 하시네요.
"그런데 선생님 이 사진들 사진전 공모 출품 안하나요?"
"네. 아쉽게도 이번 년엔 사진전이 끝난 것 같아요. 오늘부터 잘 담아서 내년에 내었으면 하네요."
"공모전에 내고 싶은데. 음. 그러죠. 뭐."
이제서야 회원분의 피곤함이 약간 이해가 갔습니다.
다른 회원분들이 사진공모전에 입선을 하니 그것이 부러우셨던 것 같습니다.
빨리 찍어서 공모전에 입상을 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으셨던 거죠.
입선하신 회원분의 자존감이 올라간 대신 다른 회원분들의 아쉬움을 느끼게 된 하루였습니다.
덧붙임
박김형준 님은 사진가이자 예술교육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