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술을 먹고 나는 어떤 사람에게 물었다.
사람이 그렇게 특별한 존재입니까? 그렇다면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서 어떤 점이 특별합니까. 그 선배는 굉장히 충격을 받은 듯 이렇게 말했다. "모든 학문은 '사람과 동물은 다르다'에서 출발합니다. 저는 반려동물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나는 말했다. "그럼. 무조건 특별하다고 보는 건가요?" 그 사람은 "네, 무조건 특별합니다"라고 하였다.
나도 사람이 특별한건 안다. 아니 그렇게 배워왔다. 사람만이 생각할 수 있다.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 등등..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입장에서 사는 데 의미를 부여하려 만든 것이지 하는 의심은 떨쳐 버릴 수 없었으나, 그런 걸 물어보는 나만 이상하게 보일까 더 이상 아무에게도 물어보지 못했다.
며칠 전 나는 작은 애견 센터에 붙은 문구를 보았다. '애견 치료비 올리는 것은 유기견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다.' 물론 치료비가 올라 동물을 버리는 입장도 있겠지만, 치료비가 올라 동물이 버려지는 것을 우려하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살아있는 것에 대해 보호하고, 살피는 마음을 지니는 것은 우리 인간의 특성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자연파괴를 막고자 애쓰며, 우리와 함께 지구상에 살아가는 동물들이 더 이상 멸종되지 않게 보호하며, 그들을 위한 대책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한다. 하물며 사람은 어떠할까. 우리와 같은 사람은 말이다. 그런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배려와 마음이 사람의 특별함이라면 당연히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게 마음을 쓰고, 함께 해야 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나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다.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것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경쟁사회로 바뀌어 나가면서 우리는 상대방이 좀 못해야 내가 더 잘하게 되는 것이니, 나한테만 신경을 쓰고 상대방을 돌볼 겨를은 점점 없어진다. 우리는 태어날 때 모두 다르게 타고 태어난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다르다. 하지만 모두에게 동등하게 정해져 있는 것은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죽는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우리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들이란 표현을 하기도 한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 언젠가는 끝이 있다면, 혼자 쓸쓸이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가는 것보다 옆을 돌아보고, 내가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에겐 내가 나서서 힘이 되어 주고, 내가 힘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겐 또 팔을 벌리면서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나아가는 것이 보다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진정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