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활동 이야기

은행 털고 싶은 날

    ‘은행 털고 싶은 날’을 알리고 시작할 때만해도 “어째, 올해는 은행잎이 아직도 파래??”라며, 유난히 파란 은행나무를 보고...은근히 “으흐, 은행 잘 털 수 있을까?” 걱정했더랬지요. 그런데, 사랑방 사무실(아직은 명륜동 혜화로터리)에서 내다보이는 은행나무는 어느새 노랗게 물들어버렸어요. 사랑방이 은행을 터는 동안 말이지요..^^조마조마한 마음, 떨리는 마음,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 감사하는 마음… 지난 한 달 그랬습니다.
조마조마...조마조마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후원의 밤을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잘 할 수 있을까, 잘 될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소문을 모아보니, ‘후원의 밤이라고 해도, 예전만 못하다. 심지어 큰 단체들도 후원금 많이 모으기 쉽지 않다더라.’ 등등. 한 숨, 한 바가지였지요. “그래도 10년만이잖아..-.- 잘 될꺼야” 주문을 걸었습니다.
떨리는 마음...두근두근
초청장을 만들고, 홈페이지를 손질하고, 마술연습도 하고, 장도보고, 한 달이 후다닥 갔습니다. 매일 매일 사랑방 식사 준비를 하며 쌓았던 음식솜씨를 자랑할 기회를 갖게 된 사람들도 준비를 마쳤습니다. 밑바닥까지 떨어진 인간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전화통과 씨름한 사람들도 손님 맞을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래저래.. 어수선하지만,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은행 터는 날을 기다렸어요.
고마운 마음…술잔에 담아
함께 은행 털기 위해 정말 많은 분들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메워주셨어요. 밤늦게 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기분 좋게 취하고 맛있게 드시고 가셨나요?
종일 설거지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음식을 나르고, 점보고, 그림 그리고, 음식 만든 분들.. 고맙습니다. 자리를 채우고 마음을 채워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미안한 마음…흑
자리가 없어 발걸음을 돌린 분들, 술 한 잔 나누지 못하고 인사만 건넨 지인에게도, 쉴 틈도 없이 일만 한 자원 활동가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입니다.
어려운 때, 후원의 밤을 열어 마음의 짐을 안긴 것에도 미안한 마음이에요,

감사하는 마음…은행 ‘탈탈’ 털었어요!
후원의 밤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쌈짓돈과 뭉칫돈을 모아 주셨어요. 또 정기 후원인이 늘어서 매달 사랑방의 후원금도 늘게 됐습니다. 이번에 모인 후원금으로 이사에 필요했던 부족한 보증금이 마련됐습니다. 완전히 월세를 탈출하지는 못했지만, 보증금을 높이고 월세를 많이 줄이게 됐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이사 후에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사랑방, 후원의 밤을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