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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합창'

정록

아마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합창일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 보는 악보도 낯설고 합창연습도 쉽지 않았는데, 다 같이 뭔가에 집중하는 경험이 나쁘지 않았다. 요즘 뭔가에 집중하기보다 오만 생각이 가지처럼 뻗어나가는 때인데, 합창 파이팅이다!!

 

해미

노래를 좋아하지만, 부르는 건 영… 싫어한다기보다는 어렵다. '여자' 치곤 낮은 음역대가 항상 골칫덩이였다. 초등학교에서 합창하는 날이 오면, 매번 반주를 자청하곤 했다. ”여자아이들이 한번 불러보세요.“라는 말 뒤에 느껴야 할 난감함이 어찌나 싫던지. 그런데 웬걸, 운동 단체 들어와서 합창을 하리라고는 예상 못 했다. 세상사가 제 뜻대로 되지는 않네요? 기왕 하는 거 열심히 해야죠. 다만 잘 묻어가고 싶네요(?). 늘 응 원 해~! ( ◜࿀◝ )

 

여러 사람이 함께 노래를 불러야 하는 순간이 있을 때마다 딸리는 호흡을 걱정하며 길고 긴 흡연 기간을 탓해보지만… 자꾸 틀리는 음정까지 담배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 누구 말대로 '립싱크'로 묻어갈 수도 없는 노릇. 곤란하지만 연습만이 살 길이다.

 

민선

다이어리에 3월 화요일마다 '합창연습'이 적혀있는 걸 본 지인이 "어머! 합창도 하세요?"라며 경이롭게(?) 바라봤다. 3월 31일 사랑방 30년 행사에 '합창' 공연을 하기로 하면서 잡은 연습 일정이다. 합창이라면 어느 정도 인원도 되고 소프라노, 알토 등등 몇 가닥으로 화음을 나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하게 될 것이 과연 합창일 수 있을까 싶었는데, '合唱' 그저 "함께 부르는 노래"라고 하니 다이어리에 적은 게 틀린 건 아닐테다. 우리가 함께 부르는 노래, 부디 기꺼이 들어주기를… 

 

미류

잊을 수 없는 합창이 있다. 2015년 2월 14일 팽목항, 안산에서 도보행진을 시작한 유가족들이 도착하는 날 전국에서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유가족 모임으로 시작한 416합창단의 거의 첫 공연이 무대에 올랐고, 같은 무대에 '지보이스'와 '아는언니들'의 합동공연도 올랐다. 한겨울 찬 바람을 막으며 서로를 위로하는 온기가 되어준 기억. 30주년 행사 앞두고 이런 기억이 떠오르니 갑자기 부담 급상승.

 

대용

친구들과 밴드하던 시절부터 노래 중간중간 화음을 넣는 부분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충분히 깨달았던 거 같다. 단번에 합이 잘 맞는 팀으로 탈바꿈 시켜주며, 동시에 못하는 연주를 가리고 사운드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대단한 역할이랄까. 문제는 그때부터 무척 못하고, 힘들어했다는 기억도 함께 있다는 것. 밴드를 할 땐 악기를 틀리는 것보단 화음을 안 넣는 게 낫지 않냐며 핑계를 대곤 했다. 지금은 밴드가 아니라 합창인지라 핑계의 여지가 없다. 그저 열심히 틀리며 맞춰나갈 수밖에.

 

어쓰

"내가 잘하려고 크게 부르기보단, 소리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30주년 후원의 밤을 앞두고 처음으로 합창을 연습했던 날 들은 말이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도 너무나 부담스럽지만, 저 말에 기대서 가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가원

합창은 결국 합이 관건이다. 그래서 합창은 이미 존재하는 합을 확인하는 순간이자 합을 맞춰가는 과정. 인권운동사랑방들의 합은 3월 31일 후원의 밤에 오셔서 확인하시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