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
습관처럼 귀에 에어팟을 끼고 걷다가 갑자기 시간, 풍경, 감정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그런 순간은 아주 드물지만, 그래서 선물 같다고 느껴진다.
가원
선물은 받는 거 보다 주는 걸 좋아하는 편. 내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을 받긴 힘들지만, 내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은 줄 수는 있으므로. (쓰고 보니 상대방 생각은 안 하는 편)
미류
한 달 전쯤이었다. 누군가에게 선물하려고 손수건을 준비했는데, 마침 손수건을 좋아하고 자주 쓴다고, 게다가 손수건에 담긴 이야기가 너무 좋다며 반갑게 받아주었다. 손수건은 내가 건넸지만 선물은 마치 내가 받은 기분이 들었다. 보름쯤 지나 누군가를 만났는데 내게 손수건 선물을 내밀었다. 내게도 손수건은 반가운 선물이라 요즘 들고다니며 너무 잘 쓰고 있다. 이 소식이 그이에게도 선물 받은 기분처럼 전해지면 좋겠다.
민선
사랑방 활동을 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게 되는 경우들이 있어요. 취미로 만드는 것이라면서 손수 만든 수첩과 달력을 잔뜩 건네주고 가셨었는데, 11월 어느날 이번에는 손수 만든 비누와 매실청을 가득 안겨주고 가셨네요. 비누마다 사랑방 로고인 귤과 함께 30주년 슬로건이었던 “기꺼이 엮다”를 붙여주셨더라고요. 앞서 수첩에 적힌 “여럿이 함께 가면 험한 길도 즐겁다”는 문구가 그 시기 어려웠던 제 마음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이 됐었거든요. 이번에 오셨을 때는 이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활동하면서 어렵고 진빠지는 순간들이 있을텐데 그래도 또 해볼 수 있겠다는 작은 즐거움을 이렇게라도 주고 싶다고요. 채워지지 않을 양말을 그럼에도 계속 걸며 기다리게 되는 크리스마스 같은 날, 산타가 찾아와 생각지도 않은 따뜻한 선물을 한아름 받았네요.
해미
선물 하면 그 배경인 ‘특별한 날’이 떠오른다. 그중 으뜸은 태초에 응애 하던 순간, 바로 ‘생일’ 아닐까. 그런데 내게 현재의 ‘살아있음'이 아닌 과거의 ‘살아남’은 아득하기만 할 뿐이라, 바쁠 땐 내 생일조차 깜빡하곤 한다. 그래도 가까운 이들의 생일을 놓치면 아차, “우린 매일 새롭게 태어나니, 매일이 생일인 거야”라는 되도않는 말로 뒷북을 치는데… 이렇게라도 축하하려는 건 적어도 당신이 내게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인연이기에 그런 거라는 점만은 알아주면 좋겠다. 크흠… 아무튼 새 달력에 미리 적어두게, 알려주실 분들은 알려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