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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직구'

직구
: 해외 직접 구매의 줄임말. 주로 한국에서 직접 살 수 없는 물건을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구매하는 방법을 말한다.


 

내 인생에 직구란 없었다… 단 한 번도. 국내 인터넷 쇼핑도 검색 첫 페이지에서 제일 낮은 가격으로 솔팅하고 첫 번째 제품을 산다. 통관절차를 견딜 인내심이란 내게 없는 것이다.

  

미류

2012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꼭 가지고 싶은 타로 카드가 한국에 없어서 고심 끝에 (아마도) 아마존에서 타로 카드를 주문했다. 바다를 가로질러 타로 카드가 내게 온다는 상상에 왠지 바다의 기운까지 머금고 올 것 같아 꽤 설레면서도, 이런 일은 다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몇 번 더 있었네요.

 

가원

코로나 시기, 스웨덴의 한 빈티지 중개상으로부터 의자를 구매했다. 그해 여름은 전 세계적으로 비가 무지하게 많이 왔는데, 물류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았던 탓에 물건을 받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렸다. 마침내 받아본 의자는 곰팡이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 비에 젖은 채로 물류창고에 처박혀 있었던 것으로 추정. 경악을 금치 못한 나에게 중개상은 통 크게 전액 환불을 해주었고, 지금까지 그 의자는 잘 쓰고 있다.

 

정록

나에게 직구는 '한국에서 직접 살 수 없는 물건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그냥 최저가 목록으로 뜨는 상품 중 하나이다. 처음엔 내가 주문하면 그때 출발하는 줄 알았는데, 공항이나 항만 근처 커다란 창고에서 보낸다고 하니. 인터넷 쇼핑이 일반화된 지금은 직구가 별 의미가 없는 듯하다.

 

대용

큰마음 먹고 구매하는 물건들은 대부분 전자제품인데, 이 분야의 직구는 아무래도 결점이 존재한다. TV를 사면 공중파는 화질 구현이 안 된다든지, 핸드폰은 A/S가 안 된다는 것과 같은 문제들 말이다. 심지어 한국과 같이 하루면 배송되는 나라에서 일주일 넘게 기다리고, 세금 따로 내면 솔직히 직구는 남는 장사라기보다는 내가 들인 품삯만큼 깎아주는 느낌. 그래서 이제는 웬만하면 직구는 하지 말자는 마음 먹고 살고 있다. 혹여 직구를 한다면 급한 마음에 하게 되는 실수 같은 일에 가까운 결정일 확률이 높다.

 

해미

즐겨보는 유튜버가 테무라는 중국 저가 플랫폼을 이용하는 영상을 올렸다. 몇천 원도 아닌 몇백 원짜리 상품이 줄줄이 이어지고, 신규회원에게는 무료 상품까지 증정? 아니 기업은 돈 남기는 데 혈안일 테고, 가뜩이나 물가도 고공행진하는데 어쩜 이리 쌀 수 있지? 분명 무언가를 쥐어짰을텐데…라고 생각하는 와중, 어떤 시청자가 “국내에선 부풀려 판다”고 한다. 적당한 대가란 뭘지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