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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장화'

가원

몇 해전 새만금 갯벌을 다녀오기 위해 저렴하고 투박한 작업용 장화 한 켤레를 장만했다. 현대인의 패션 센스와는 거리가 먼 장화였는데, 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 오로지 실용주의적인 판단으로 그걸 신고 시내로 진출했더니만, 사람들의 시선이 꽤 느껴졌다. '어그로'를 확실하게 끌었달까.

 

해미

극단적인 길이의 장화가 두개 있다. 하나는 무릎 바로 밑까지 오고, 다른 하나는 딱 복숭아뼈까지 감싼다. 비는 적당히 오는데 바람이 거센 날이면 종아리는 어떤 장화를 신어도 어김 없이 축축해진다. 긴 장화 안에서 땀에 절거나 짧은 장화 바깥에서 비에 맞거나. 종아리 절반까지 오는 장화에 눈길이 가다가도 양말이라도 뽀송한 거에 감사하며… 그렇게 종아리 수난시대는 계속된다.

 

미류

몇 년 전부터 비 오는 날 신을 장화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작년에는 사야겠다 마음까지 먹었다가, 올해 드디어 샀다. 이번 장마에 서울은 비 온 날이 많지 않았는데, 웬걸, 비 올 때 신발 젖을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감이 쏠쏠하다. 운동화 젖는 게 그렇게나 싫었나 보다.

 

디요

내 인생에 장화는 없다. 오직 샌들뿐. 덮고 불편하다는 편견 덕에 시도도 안해본 장르.

 

정록

어렸을 때 장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 기억에는 없다. 최근 우산이 쓸모없는 폭우 때문에 신발이 흠뻑 젖을 때가 많지만 나는 장화보다는 슬리퍼가 훨씬 좋다.

 

내가 사고 싶었던 장화(boots)는 단 하나, 2022년 공개된 스타트렉 시리즈(Star Trek: Strange New Worlds)의 공식 부츠... 399달러... "우주에는 재봉틀이 없기 때문에 어느 곳에도 바느질과 솔기가 보이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야 했다"는 부츠 제작 브랜드의 애환이 가격에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