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록
첫 기억은 시장 앞에 살던 집에서 봤던 달팽이, 제비, 하교하는 누나, 형, 아빠의 모습이다. 분명 나의 첫 기억인데, 이 기억을 다른 이에게 이야기하고 나니 너무나 평화로운, 전형적인 기억이라 갑자기 의심 들기 시작했다. 내가 믿고픈 걸 기억으로 삼은 건 아닌지.
가원
8살, 학교 앞 문방구에는 '실비아'라는 이름의 레모나 유사품의 설탕가루를 팔았다. 그 설탕 가루가 든 작고 귀여운 노오란색 통이 너무 갖고 싶었던 걸까. 그걸 훔치다 문방구 아저씨에게 딱 걸려서 엄마가 문방구로 불려왔던 내 첫 '도둑질'의 기억.
대용
나이도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기억 속 가장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변신로봇 장난감, 그 장난감이 지금 고가에 거래된다고 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몽
나는 병원에서 태어났고 3살 터울인 남동생은 집에서 태어났다. 내 첫 기억은 엄마가 남동생을 낳던 날의 방 안 풍경인데, 너무 어릴 때라 이게 진짜 내 기억인지 상상인 건지… 그치만 지금은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그 기억 속에 있어서 떠올릴 때마다 따뜻한 느낌.
해미
나의 가장 어렸을 적 기억은 아마도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같은 빌라에 사는 또래들과 옆 빌라 외벽을 맨손(!)으로 올랐던 기억이다. 그 빌라는 반지하가 있어 1층이 1.5층인 셈이고, 창문이 반원으로 돌출해있어 손으로 잡기 편했다(?). 가장 높이 오른 애가 2층 창문 바로 아래쯤까지 올라갔던 것 같다. 참 야생적이고 위험천만한 클라이밍이었네.
미류
첫 기억은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 사진 한 장은 있다. 겨울, 방바닥을 기어가는 듯 누운 듯 엎드린, 포실포실한 아이. 어릴 때 나는 눈에 보이는 먹을 것은 다 먹는 아기였다고 한다. 그래서 지사제를 달고 살았다고. 이상하게 그 약의 냄새와 그 사진이 언제나 함께 떠오른다.
민선
2층 침대 계단에 오르며 손을 흔들고 그런 나를 보며 동생은 울고. 귀엽기도 하고 고약하기도 한 4살 터울 동생과의 첫 기억.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에 푹 빠져있었는지 나는 둘리, 동생은 희동이라 여기며 역할극을 했었나 보다. 깐따삐아별로 돌아가는 둘리와의 이별이 슬퍼 우는 희동이, 만화 속 그 장면에 나온 노래 <형아, 가지 마> 그 노래가 나오면 동생의 눈물 버튼이 눌리고 난 2층 침대를 올랐던, 아 옛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