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김영삼 정부의 허위발표는 결국 해고 노동자 가족의 죽음을 불러오고야 말았습니다! 지하철공사 해고 노동자 배일도(지하철 노조 초대 위원장) 동지 아버님의 비관자살을 부른 김영삼 정부의 해고 노동자 복직발표의 허구성을 규탄한다.
김영삼 정부의 해고 노동자 복직에 대한 허구적 발표는 결국 한 해고 노동자 가족의 죽음을 불러오고야 말았습니다. 배일도 동지의 아버님은 9월 14일 지하철 노조의 임단교섭이 타결되었다는 소식과 해고자 복직 뉴스를 듣고 아들의 복직소식을 확인하기 위해 배일도 동지에게 직접 전화를 하였다. 그러나 아들로부터 들은 소식은 "이번에는 복직이 힘들게 되었습니다. 내년을 기대해 봐야죠"라는 배일도 동지의 힘없는 전화였다. 이 전화를 받고 충격을 이기지 못한 배동지의 아버님께서 제초제용 농약을 드시고 운명을 달리하시고 말았다.
이 사건은 해고 노동자들의 고통은 둘째치고서라도 우선 해고노동자들의 가족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배일도 동지는 고향인 김제군 만경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나 불우한 생활 속에서도 거의 독학으로 학교를 다녔으며 해고자의 삶을 살면서 제때에 집세조차 못 내면서도 매달 아버님께 생활비를 꼬박꼬박 부쳐드릴 정도로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었다.
누구보다도 촉망받고 성실했던 아들이 조합원을 위해 앞장섰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자본과 정권의 탄압에 의해 해고당하고 그것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기본권리가 박탈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그 심정은 어찌했겠는가? 아들은 분명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며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해 왔었는데, 다른 해고 노동자들은 복직이 되는데도 당신의 아들만이 유독 제외되었다는 소식은 나이드신 아버님의 가슴에 분노와 슬픔의 못을 박고 말았던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서 현정부는 책임을 져야한다. 3/10과 4/7 단식이후 현정부는 해고 노동자들을 복직시키겠다고 거듭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현정부의 노력으로 복직이 된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되는가? 일부 대기업에서의 조합원대중의 투쟁에 의한 복직말고 정부의 노력에 의해 복직이 된 경우는 없을 뿐더러 현정부는 스스로가 복직권을 쥐고 있는 지하철공사와 같은 정부출연기관의 해고자조차 복직시키지도 않으면서 "정부는 해고자 복직을 위해 각 기업에 적극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해고 노동자 복직은 기업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보자! 정부 스스로가 복직시킬 수 있는 정부출연기관 해고 노동자조차 복직시키지 않는데, 과연 어느 기업주가 정부의 복직권고를 제대로 된 복직권고로서 받아들이겠는가? 이러한 정부의 기만적 발표는 해고 노동자의 가족에게 헛된 기대만 잔뜩 부풀리게 하였다가 결국은 더욱 쓰라린 상처만 주어 아예 발표를 하지 않은 것보다 훨씬 심한 고통을 안겨준 것이고 이번 사건은 현정권의 기만이 가져온 해고 노동자 가족의 희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대오각성 하여 지난 3월 10일 정부가 밝힌 약속을 지금이라도 실현시켜 더 이상 해고 노동자들의 가족들이 죽음보다도 못한 고통에 시달리는 것을 이 정도에서 마감하여야 할 것이다. 더 이상 해고 노동자들을 두 번 세 번 해고시키는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즉각적인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바이다.
1993. 9. 16
전국 구속 수배 해고 노동자 원상회복 투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