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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의 시대] 노동자보다 기업을 걱정하는 노동부장관

생존권 투쟁이 아니라 반(反)자본 투쟁이니 안 된다는 막말

<편집자 주>

말 하나가 쓰러지고 있는 사람에게 힘을 내게 할 수도 있기도 하고,한 마디 말이 사람의 억장을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예부터 말과 관련된 속담은 참 많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면 '상식에 어긋나는 말', '도리에 어긋나는 말'을 많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힘이 있는 자들, 지위가 있는 자들이 언론을 향해 내뱉는 말은 더 큰 사회적 힘을 갖습니다. 막말이 사회적 입지를 채워간다면 우리 사회에서 생각의 품이 작아지고, 인권의식의 둘레는 더욱더 좁아지지 않을까요? 강자의 막말에 담긴 논리가 현실이니 어쩔 수 없다며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어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회색 연기밖에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막말의 시대>에서는 막말을 뱉은 자들의 잇속을 감춘 논리를 파헤쳐 볼 예정입니다.

정리해고 반대 투쟁이 생존권 투쟁이 아니라고?

쌍용자동차 안에 있는 노동자들이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외치며 공장 안에서 점거 파업을 벌이고 있는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노동부는 이렇다 할 노동대책을 내세우지도 않더니 7월 27일 사람들이 놀랄 만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너무 놀라 입이 딱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았지요.

“순수한 투쟁이 어떻게 저렇게 갈 수가 있는지 나는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생존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반 자본투쟁으로 정치적 이념이 상당히 깔려있다.”


노동부 장관이란 명칭만을 보면 당연히 노동 관련 업무를 하고,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반대의 입장을 보였습니다. 사실 노동부라면 노동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보며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려는 게 상식이지요. 마치 복지부가 국민의 복지에 대한 업무를 관장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노동부장관이 반(反)자본투쟁으로 가는 것은 문제라며, 노동자의 생존권 투쟁을 외면하는 발언을 한다는 것은 자기 역할에 충실하지 않은 배임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기업에 관한 지원과 경제 정책은 지식경제부에서 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물론 이러한 그의 배임행위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이 이영희 장관 사퇴를 요구했고, 문국현 창조한국당 의원이 ‘비정규직 대란 유포’하며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악을 주도한 일을 비판한바 이미 있습니다.

해고되면 생존이 어렵다는 사실 외면

이영희 씨가 노동부 장관이 아니더라도 그의 말은 이미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그는 노동자의 생존권의 고리가 ‘고용과 해고’에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말입니다. 회사에 고용되어야만 최소한 먹을 것, 입을 것, 잠 잘 곳을 마련할 수 있는 돈-소득을 마련할 수 있는 현실입니다. 쌍용자동차에 다니는 노동자들 중 대부분은 2008 11월 이후 지금까지 급여지급이 70%이거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회사가 흑자이던 시절 대출받아 산 집값, 자동차 값 이자 내기도 버거운 실정이라는 것은 많은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입니다. 거기에 부양가족이 있는 노동자들은 생활비마저 마이너스 통장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으며, 정리해고는 실낱같은 희망마저 깨뜨리는 것이기에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은 허황된 구호가 아닌 노동자들 뼈 깊숙이 들어오는 말입니다.

생존권 투쟁과 정치적 투쟁을 양자택일하라는 이상한 이분법

이 장관은 기자들에게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이 반자본 투쟁이어서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 정리해고를 옹호하는 정부 정책을 비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피하는 것입니다. 쌍용차의 경영위기는 정부가 외국계 회사인 상하이차에 쌍용자동차를 팔면서 생긴 문제입니다. 따라서 정부 주도로 외국계 회사에 넘긴 상황으로 생긴 경영 악화이므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게다가 이명박 정부가 정리해고를 양산하는 정책을 펴고 있기에 회사 측과 채권단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를 합리화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러니 정부를 비판하고, 노동자가 굶어죽든 말든 기업의 이윤만을 건지면 된다고 식의 친(親) 자본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정부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데 정치적 투쟁은 하지 말라는 것은 “투쟁하지 말고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라”는 말을 에둘러한 것이 아닌가요.

작년 수많은 시민들이 청계광장과 시청광장에서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면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했습니다. 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도 ‘정치적인 건 순수하지 않아’라는 말만 정부관계자들은 말했습니다. 지금도 똑같은 말만 합니다. ‘정부를 비판하고 자본을 비판하는 것 순수하지 않아, 그러니까 생존권투쟁이 아니야’라고 말입니다.

사라진 노동자의 권리

노동자들은 정치투쟁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요? 노동자들에게 정치적 권리가 없는 것인가요? 그동안 노동자들의 투쟁은 단위사업장, 즉 자기 회사와 관련된 투쟁만 해야 한다는 정부와 기업의 논리로 노동자들의 싸움을 옥죄고, 노동자들의 연대를 옥죄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시민에게 정치적 권리가 주어져 있듯이 노동자들에게도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정치파업은 안된다며 작년에 노동조합 간부들을 잡아들였습니다. 국제노동기구(이하 ILO)기준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경제사회정책의 결정과 운영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파업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습니다. 파업권은 헌법 제33조 1항에서 노동기본권으로 보장된 권리입니다. 노동기본권의 헌법적 보장이란 원칙적으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는 것을 범죄행위, 불법행위로 보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본과 경영권을 쥔 회사와 노동자의 힘의 관계는 동일하지 않기에 파업은 경제적 약자인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주요한 수단입니다

그래서 ILO는 지난 23일 이영희 노동부장관에게 ”노조 활동가에 대한 시민적 자유와 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경찰의 공권력 사용을 자제하고 파업 노동자의 기본적 인권을 충분히 존중하도록 지시해야 한다“고 당부하였습니다. 그러나 ILO 서한을 본 후에도 노동부장관이 이러한 태도를 취하는 걸 보니 세간에서 떠도는 ‘노동부장관이 아니라 자본부장관’이라는 말이 실감됩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공장 점거 파업을 하며 회사의 성실한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사진 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미디어 충청>

▲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공장 점거 파업을 하며 회사의 성실한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사진 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미디어 충청>


언제나 책임은 노동자에게 전가

“회사가 파산하든 어떻게 하든 끝까지 가려는 자세는 대단히 잘못됐다. 불법적인 점거행위를 빨리 그만둬라."

"근로자가 억울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기들만이 아니라 전체를 생각할 마음도 가져야 하는 것"


앞서도 말했듯이 쌍용자동차의 위기는 회사와 정부의 정책으로 발생한 것입니다. 쌍용차 부도 위기의 책임은 쌍용자동차를 매각한 상하이차와 매각을 승인한 정부, 투자약속 불이행을 하고 온갖 불법행위를 하여도 한마디 하지 않는 정부에 있습니다. 현재 쌍용차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법원의 관리 아래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있으며, 9월15일까지 회생방안을 제출할 것을 명령받은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책임을 져야할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정리해고를 요구할 뿐 회생에 필요한 돈을 내놓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 책임은 노동자가 지라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지 않나요.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이 정말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기업이 언제 전체를 생각한 적 있나요? 이미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대화하자고 하였지만 한번도 그 대화에 나서지 않은 것은 회사 측이었습니다. 7월 24일 오후 금속노조, 여야3당 국회의원과 평택시장의 중재로 25일 아침 10시 교섭이 성사될 뻔하였습니다. 그런데 교섭 한 시간 전에 회사는 일방적으로 교섭을 거부한 현실은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장관 눈에는 점거농성 중인 건물에 “대화 안할 거면 차라리 죽여라”라고 쓴, 그 큰 글씨가 보이지 않나 봅니다.

파산을 원하는 것은 정부와 회사 측입니다. 그런데도 파산 운운하며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시나요? 회사 측 임원의 수첩에 쓰인 ‘파산시나리오 작성 완료’가 유출되면서 고의적으로 파산을 유도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5000여 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 협력업체 노동자와 그 가족의 목숨인 고용이 걸려 있는데 파산을 원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노조는 쌍용차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공기업화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신부들, 인권활동가들, 시민들, 변호사들, 의료인들이 모여서 최소한의 기본권인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서 물과 의료품을 넣어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당장 ‘노동자들의 파업이 옳으니 그르니’ 하기 전에 파업 노동자들이 신체적 생명마저 위협받고 있는데도 회사 측이 물과 의약품을 못 넣게 하는 비인간적 현실에 대해서 한마디라도 말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당신이 죽어가는 사람들 앞에서 침 뱉는 행위는 더 이상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덧붙임

명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