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부분만 언급, 앰네스티의 인권보편성 왜곡”
‘아태지역 앰네스티 회의’가 열리던 지난 30일 앰네스티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북한정치범 명단이 대단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대한적십자사는 1일 전 수도여고 교사 고상문(46)씨의 송환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앰네스티는 기자회견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에 유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앰네스티 한국지부」(지부장 허창수)의 오완호 사무국장은 최근의 북한정치범과 관련한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앰네스티가 기자회견에서 지적한 것의 특정부분만 언급했다”며 “앰네스티가 특정정부를 비판하는 단체라는 생각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오 사무국장은 또 “남·북한에 대해 공정하고 동등하게 인권문제를 제기했으나 앰네스티가 마치 북한의 문제만 언급한 것처럼 보도함으로써 인권의 보편성에 대한 앰네스티의 입장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30일 기자회견에서 배포한 자료는 남한관련 자료로 ‘신정부하에서 계속되는 인권침해’, ‘김일성 사망 후에 이루어지는 대량구속에 대한 우려’ 등 2종, 북한관련 자료는 ‘북한의 정치적 수인에 대한 새로운 정보’, ‘북한에 관한 앰네스티의 관심’ 등 2종 그리고 앰네스티 연례 보고서 중 남·북한 요약 본 등 모두 5종류”라고 밝혔다.
또 「앰네스티 한국지부」의 부지부장 고은태씨는 “이번에 발표한 자료는 앰네스티에서 이미 지난 6월 발표하였던 자료”라며 일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번에 처음 발표된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했다.
앰네스티가 남·북한 인권상황에 대해 발표하자마자 북한의 정치범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은 인권에 대한 관심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이 개입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93년 앰네스티 한국조사단의 방문 기자회견과 관련, ‘93년 11월 17일자 ‘비전문가의 인권판정’이라는 기자칼럼을 동원하여 당시 피엘 로버트씨가 내린 인권 평을 “한국의 새 정부가 인권침해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려는 자세는 보이고 있으나 한국의 인권상황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고 요약한 뒤 “비전문가 몇 명이 불과 보름동안 어느 한쪽의 안내로 한국을 간단히 둘러본 뒤 우리의 인권실태를 자신 있게 평가, 판결해도 되느냐”며 앰네스티 조사단의 회견내용을 깎아 내린 전력이 있어 이번에 앰네스티 발표를 대대적으로 인용한 것은 언론의 남·북한 인권에 대한 전형적인 이중기준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