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자료> 대학강사노조 김무용 씨 구속 관련 성명서

학문·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민주적 처사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은 대학강사 김무용 씨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며 24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항의성명은 김씨의 구속이 왜 부당하며 철회 되어야만 하는 것인가를 밝히고 있다. 이 사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성명서를 요약정리 한다. <편집자주>

(전략)

김무용 씨는 역사학연구소 연구원이면서 한국방송통신대에서 한국사 강의를 맡고 있는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조합원이며, 한국현대사에 대하여 여러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한 현대사 전공 연구자이다. 김무용 씨는 그동안 민중주체의 관점에서 우리 현대사를 연구하였다. 특히 해방50주년을 앞두고 2,3년 전부터는 역대 군사정권이 반공이데올로기로 왜곡한 현대사를 바로 잡으려고 당시 활동했던 여러 사람들을 만나 증언을 채록해 왔다.

그런데 신문보도에 의하면 김무용 씨가 ‘노동자․대학생․비전향좌익출소자들을 상대로 과거 빨치산 활동의 혁명전통을 계승하자는 내용의 이적표현물을 제작, 전파’(<중앙일보> 3월24일자, 이하 같음)하였다고 한다. (중략)

먼저 우리는 ‘사건’ 자체가 왜곡되고 과대 포장된 것에 대해 인권침해의 차원에서 심히 우려를 표한다. 우리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김무용 씨가 ‘비전향좌익출소자’를 만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단지 우리 현대사를 좀더 객관적으로 규명해 보려는 차원에서 만나고, 얘기를 듣고 기록했을 뿐이다. 김무용 씨는 해방 50주년을 앞두고 그와 뜻을 같이하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그동안 문헌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연구한 역사의 현장을 답사한다는 의미의 ‘역사기행’을 기획하였다.

그리고 한겨레 신문 등에 광고를 내어 관심 있는 일반인들과 함께 출소한 장기수 몇분을 안내자로 삼아 역사기행을 다녀왔던 것이다. 그즈음은 이태가 쓴 <남부군>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널리 읽히고 있었을 뿐아니라 영화로 만들어져 방영되었고 TV에 재방영된 후였기 때문에 ‘남부군’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호기심이 높아 있던 해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격동의 우리 현대사의 현장을 직접 밟아보는 역사기행에 참가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청은 역사기행에 참가했던 80여명이 모두 빨치산 출신 및 비전향좌익장기수들인 것처럼 발표하고 한국현대사 역사기행으로 전적지 순례답사로 왜곡하여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적표현물 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한국현대사와 빨치산활동」도 어디까지나 역사기행에 참고하려는 ‘역사기행 자료집’일뿐 북한정권의 정당성을 선동한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김무용 씨가 “빨치산의 혁명전통을 계승하자”고 말하거나 “북한정권의 정당성에 대해 강연”한 바가 없다. 엄연히 역사의 사실로 존재했던 해방공간의 빨치산활동을 연구․검증하려는 것과 북한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사실을 규명하려고 문헌을 조사하고 증언을 채록하고, 현장을 답사하며 자료와 증언의 내용을 확인하려는 김무용 씨의 현대사 연구를 국가보안법으로 구속, 수사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학문․사상․표현의 자유에 대한 철저한 부정일 뿐이다. 이른바 ‘문민정부’가 내세우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파괴행위이다. 적어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면 학문․사상․표현의 자유는 물론 언론․출판․집회․결사등의 자유가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문민정부’가 들어서서도 자유주의적 권리들은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곳곳에서 노동자, 학생, 민주인사들에 대한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김무용 씨를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한 것은 전문연구자들의 학문연구활동의 자율성에 대한 심각한 협박이자 헌법에 보장된 학문․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민주적 처사이다. 우리 전국대학상사노동조합은 학문․사상․표현의 자유를 쟁취하고 구시대의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여러 단체와 연대하여 힘차게 싸워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