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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한 동티모르 망명가의 편지> 기아차 4만5천대 이름만 바꿔

'인도네시아 국민차로 수출' 항의


조지 J. 아디트존드로(뉴케슬 대학 동남아시아 사회학과 겸 인류학과 강사, 저널리스트) 씨는 인도네시아 인으로 현재 호주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8월말 인도네시아 민주화 운동과 동티모르 독립을 지지하는 아시아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뒤늦게 접수·소개한다<편집자주>.

96년 8월 29일, 홍콩에 본부가 있는 아시아 학생연합이라는 민간단체는 인도네시아와 한국 영사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이 시위는 한국의 기아자동차가 4만5천 대의 기아차를 인도네시아의 국민차로 수출을 개시한 데 대해 항의한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과 소위 재벌이라는 거대기업들의 총수들이 광주학살과 5,6공 비리로 유죄판결을 받고 있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많은 민주 인사들이 인도네시아 민주화운동탄압과 수하르토가와 한국재벌(기아차)의 정·경유착을 비판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라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 100% 완전 조립된 기아차가 인도네시아의 국민차가 되었다는 것 또한 모순이다. 더욱이 토미 수하르토에 의해 한국에서 수입될 이 차의 이름이 대통령인 아버지의 이름을 따 "티모르"라고 붙여진 것은 더 큰 모순이다. 나는 한국이 일제 36년간을 민족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그 소중한 역사적 경험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 한국이 인도네사아의 동티모르 식민화를 지지하는 신제국주의 국가들의 한 성원이 되었는지를 묻고 싶다.

결론적으로 나는 기아차와 토미 수하르토와의 특별 계약이 인도네시아 국민과 동티모르 국민, 그리고 한국민들에게 엄청난 모욕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다. 왜냐하면 이 계약은 인도네시아 헌법 13조도 명시되어 있듯이 외국 수입차에 부과하도록 된 관세를 탈취하는 것으로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는 큰 모욕이 되는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100% 완성 조립된 한국차가 인도네시아의 국민차로 명명된다는 것은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는 모욕적인 사실이다. 더구나 21년 전 동티모르를 무력으로 침공한 인도네시아에 대항하여 처절한 독립투쟁을 전개해 온 티모르 국민들에게도 이번 계약은 참으로 모욕이 아닐 수 없다. 이 계약은 수하르토가의 부와 정치적 욕망을 채우주는 것이며, 그로 인해 티모르의 독립투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사실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계약은 전직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을 법정으로 끌어내 유죄 판결을 얻어 낸 한국민들에게 크나 큰 모욕이다. 기아차가 인도네시아 권력층과 결탁하여 얻어 낸 이 계약은 바로 한국민들이 그처럼 처절하게 싸워 온 정경유착비리가 장소를 옮겨 인도네시아에서 재현이 된 것이다.

끝으로 나는 민족독립과 민주화 그리고 부패사회의 개혁을 열망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동지들께서 기아차와 수하르토가의 계약의 부당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기아차의 전 매장에서 항의의 표시를 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1996년 8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