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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제1회 인권영화제 작품 세 편 소개 ②


■ <망각에 반대하며> 프랑스/ 110분

1991년 국제 앰네스티 창립 30주년 기념으로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사회, 문화, 예술 분야의 저명 인사들이 각 나라의 대통령이나 실권자들에게 실종되거나 감금되어 있는 양심수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는 형식을 빌어 세계 각국의 인권침해 상황을 고발하고 있다.

장뤽 고다르, 코스타 가브라스,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샹탈 아케르만 등의 감독에서 부터 까뜨린느 드뇌브, 미셀 피콜리, 샤를로트 겐스부르그, 미쉘 부케 등의 배우와 수많은 가수, 시인, 문학인, 언론인 등이 참여한 이 영화는 각국의 상황을 작가 특유의 시선을 통해 극영화, 다큐멘터리 뿐만 아니라 실험적인 묘사로도 고발하면서 양심수들의 사면을 호소하고 있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에 등장하는 모든 영화인들과 문화, 사회계 인사들, 그리고 단체들의 이름은 세계각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유린에 대한 경고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 <불굴(Tenacity)>Chris Eyre, Cheyenne / 미국 / 드라마 / 10분

인디언 보호 구역에서 천진난만하게 전쟁 놀이를 하던 인디언 소년들은 삶과 죽음에 대한 목격과 결단이라는 버거운 상황에 빠져든다. 죽어간 새의 모습앞에 잠시 멈추어섰던 두 소년은, 술에 잔뜩 취한 채 차를 타고 지나가던 일단의 백인들과 마주치게 된다. 고립되고 버려진 공간속에서 이루어진 대면은 비극적인 결과를 낳게 되고, 무심코 아이를 치고 도망쳐버리는 어른들의 모습은 폭력과 부패로 얼룩진 기성세대를 상징한다. 이곳저곳에 상징과 은유를 배치시켜낸 소품 <Tenacity>는, 작지만 깔끔한 ‘생명’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 <유령을 부르며>(Calling the Ghosts:A Story About Rape, War and Women) Mandy Jacobson & Karmen Jelincic/미국/1995/다큐/60분

다민족국가였던 유고에서 내전이 발발하자 같이 어울려 살던 기독교도 세르비아인들과 회교도들, 그리고 크로아티아인들은 하루 아침에 적대적인 관계에 놓이며 세르비아계의 잔인한 인종말살정책이 시작되었다. 이 영화는 과정에서의 폭력적 참상을, 특히 여성들에게 가해진 폭력과 고통을 증언하고, 그것이 전쟁의 부산물로서 우연히 부분적으로 발생하게 된 것이 아니라 세르비아계의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이었음을 폭로하고 있다.

1992년 4월 보스니아의 Prijidor시가 세르비아계 군인들에 의해 장악되자 40대의 변호사인 Jadranka Cigelj와 판사인 Nusreta Sivac은 인텔리이자 회교도라는 이유로 세르비아 군인들에게 Omarska Camp로 끌려갔다. 다행히 그곳을 빠져 나와 탈출한 그들은 세르비아 군대에 의해 자행된 반인륜적 살상과 폭력을 세상에 알리고자 힘을 모은다. 그들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수집하고,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여성연합'을 중심으로 여성들의 힘을 모아, 헤이그에 있는 국제 사법재판소에 제소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1996년 6월 국제사법재판소는 이전의 전범재판에서와는 달리 강간을 전쟁의 부산물로서 묵인하지 않고 유죄판결을 할 것임을 최초로 결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