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의 한 아버지가 이란과 이라크 사이 국경에 아들을 묻고 있다. 그의 아들은 탈출과정에서 죽었다고 한다.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의 황폐화된 도심을 걸어가는 두 모녀, 그들이 어디로 가고있는지 아니, 어디로 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70여 점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이 어린 여자아이거나 중년과 노년의 여성들이다. 국가, 풍습, 나이 등 다른 점이 많은 이들이지만 아주 큰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것일까? 두 손과 겨드랑이에 커다란 짐을 끼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한 남자의 넋 놓은 표정이 가슴 한구석을 찌른다.
15- 20일까지 삼성역 무역센터 현대백화점 현대아트갤러리에서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한국일보사 주최로 세계난민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세계난민의 실상을 알리는 동시에 한국도 더이상 난민문제에 관하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고 사진전 개최의 뜻을 밝혔다. 덧붙여 93년 3월 유엔난민조약과 의정서에 가입한 한국 정부가 조약 당사국으로서 난민보호를 위한 관련 법률을 정비하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하였다.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한 난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국제사회에 부여된 긴급한 현안이라는 사실을 알려내기 위해 시작된 이번 사진전은 이미 영국 등 약 50여 개 국가에서 개최되었으며,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과 국제앰네스티의 소장작품을 비롯하여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전은 서울 전시회를 마친 뒤 부산․광주 등 6개 도시를 순회할 예정이다.
- 926호
- 1997-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