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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달의 인권영화: 매카시 선풍

누군들 역사의 증언을 막으랴


* <비공개> : 감독 어윈 윙글러 주연 - 로버트 드 니로, 아네트 베닝
* <프론트> : 감독 - 마틴 리트 주연 - 우디 알렌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에는 '매카시'라는 괴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각종 대중쇼 무대를 주름잡고 다녔었다. '많은 경솔한 보수주의자와 일부 겁에 질린 자유주의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그는 사회 구석구석에 무소불능의 힘자랑을 했는데, 영화계 역시 그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이른바 헐리우드에서의 공산주의 영향 가능성을 조사할 목적으로 '의회반미활동위원회'가 결성되었다. 이 위원회에 출석을 요구받은 사람들은 일단 자술로서 공산주의자임을 시인하고, 자신과 함께 불온한 사상을 교류한 적이 있는 '동료들의 이름을 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들의 요구를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이른바 '블랙 리스트'에 올랐고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비참하고 굴욕적인 이지매를 당해야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절의 이야기가 20여 년이 지난 후 후배 감독들과 배우들에 의해 영상 기록으로 재현되었다. 그 중의 두 편이 바로 '비공개'와 '프론트'다.

91년에 만들어진 '비공개'는 사실성에 입각해 기본에 충실한 어법을 구사한다. 위원회의 강요에 못 이겨 배우인 아내의 이름까지 리스트에 올려 살아남은 감독, 공산주의자는 아이를 올바로 키울 수 없다는 논리에 의해 아들을 빼앗기고 출연섭외마저 중단되자 자살하는 여배우,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정 모독이야. 말해 어서!' 확신에 찬 어조로 취조하는 위원, '나는 영화밖에 몰라. 계속 일을 하려면 위원회에 누군가의 이름을 대야 해. 네 이름을 말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줘, 제발'이라고 애원하는 시나리오 작가, '블랙 리스트에 올랐다고? 내 집에서 나가 줘 당장! 겁에 질려 친구를 내모는 뮤지컬 스타, 그 시대를 살았던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날카롭게 고발한다.

이보다 15년 앞선 76년에 제작된 '프론트'는 접근 방식이 좀 다르다. 비공개가 사실적이고 치열하게 당시를 고발하고 있는 데 반해, '프론트'는 해학과 풍자 그리고 채플린(실제 그는 사상범으로 찍혀 미국입국을 거부당했었다)식 비애가 배어난다. 스넥집 프론트에서 일하는 소시민 하워드는 방송작가인 고등학교 동창의 절박하고도 은밀한 요청을 받는다. 블랙 리스트에 올라 정상적으로 작품을 발표할 수 없었던 그 동창생은, 누군가 이름을 빌려줄 실존 인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에게 이름을 빌려주고 일약 주목받는 인기 작가가 된 소시민 하워드. 그러나 수만 개의 끈적거리는 더듬이를 가진 '매카시 위원회'가 스타 작가 하워드를 '손보지 않고' 지나칠 리 만무하다. 정치나 사상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저 원고료 10퍼센트와 스타 의식을 즐기는 게 전부였던 하워드는 위원회 출석 요구를 받았고, '누군가의 이름을 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몰린다.

하지만 소시민 하워드는 '순전히 자기식'으로 위원회 위원들과 관객의 뒤통수를 치며 그 자리를 교묘히 빠져나간다.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경범죄를 짓고 제발로 유치장에 들어가는 전범이라고나 할까. 지독한 초조와 연민 그리고 치밀한 고품격 카메라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이미 다 아는 역사의 진실을 필름으로 공개했다 해서, 사상과 신체의 자유를 사냥 당하는 지금 우리의 상황을 고스란히 영상에 담아 상영할 수 있는 그 날을 고대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김경실 : 민주언론운동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