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를 맞아 각 사업장마다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정리해고는 무소불위의 독재권력을 능가하는 양상이다. 최근 대우그룹 계열사인 대우정보시스템(사장 유완재)은 밀어붙이기식 해고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대우정보시스템은 전 직원 1천7백여명 중 1백53명을 해고대상자로 선정해 이들에게 사표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가운데 대우중공업에서 근무중인 10명은 지난 2월 27일 개별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측의 해고방식은 자진 사직 또는 같은 계열사인 대우자동차판매(주)로 옮기는 것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형태다. 그러나, 대우자동차판매로 옮길 경우, 우선 현 직장에 사표를 제출해야 하며, 대우자동차판매에 고용되더라도 6개월간의 판매실적이 좋아야만 채용되는 임시직이라는 점에서 이 또한 해고나 별반 다를 바 없는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 가지 안을 모두 거부할 경우엔 보직대기발령과 자택대기발령으로 일을 뺏긴 뒤, 인사대기발령에 이은 권고사직 조치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상의 정리해고 조치를 취하면서도 회사측은 정리해고의 요건을 모조리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웅(36·8년근무) 씨는 "회사측이 지난해 50여억원의 흑자를 내는 등 해고를 해야하는 경영상의 긴박한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밝혔으며, 그밖에 △노조와의 사전협의 △해고회피 노력 △해고전 30일전 통보 △합리적 선별기준 제시 등의 모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전했다.
해고자들은 느닷없는 통보에 일자리를 찾아볼 여유조차 마련하지 못했으며, 현재 김대웅 씨등 3명은 회사로 정상출근하면서 무언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 씨는 "아직까지 아내에게 해고사실조차 알리지 못했다"며 "해고통보가 철회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사용자들은 IMF시대와 노사정 합의에 이은 정리해고 시대에 편승해 해고의 칼날을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속절없이 온 가족의 생존권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결국 버티기와 투쟁만이 노동자들의 선택으로 남아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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