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현장에서 또다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30일 새벽 1시30분경 용산구 도원동 재개발현장에서는 철거민 이범휘(61) 씨와 백석호(28) 씨가 신원미상의 사람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뒤 중태에 빠져 병원으로 후송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직 이들을 폭행한 범인은 잡히지 않고 있으나, 철거민측의 증언과 피해자 진술, 사건 당시 정황에 따르면 용역깡패들에 의한 폭행이 명백한 것으로 보인다.
온몸 골절, 3도 화상
현재 용산 중앙대부속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이범휘 씨는 다리와 갈비뼈, 팔 등이 부러진데다, 부러진 갈비뼈가 비장(지라)을 뚫어, 각 부위에 대한 수술을 받았다. 가족들은 또 "이 씨의 손가락 마디 3개가 잘려 나갔으며, 머리에도 큰 부상을 입었으나 아직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의식을 회복한 이 씨는 "용역깡패들에게 붙잡혀 쇠파이프 등으로 구타당했으며, 이후 119 구급차에 의해 실려왔다"고 말했다.
백석호 씨도 얼굴 형태를 알아보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화상을 입고, 한강성심병원 응급실에 입원중이다. 병원측은 백 씨가 온몸에 2·3도 40%의 화상을 입었고 기도에도 화기가 들어갔다고 밝혔다. 백 씨의 누나 경화 씨는 "동생이 '무언가에 맞아 쓰러진 후, 등 뒤에서 화기를 느꼈다'고 말했다"고 밝혔으며, 병원측 촬영 결과 역시 환자의 등과 옆구리 부위에 3도 화상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관련, 재개발현장 내 철탑망루에서 농성중인 철거민은 "백 씨가 골리앗 바로 아래서 깡패들에게 맞다가 끌려가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했다.
5층 철탑에 물대포 세례
이날 사건이 발생한 도원동 재개발지구는 철거가 99% 마무리된 상태로, 공사현장 외곽이 2.5미터 높이의 울타리로 둘러쌓여 외부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다. 주민들은 지난 2월부터 5층 높이의 철탑망루(일명 골리앗)를 공사장 한복판에 세워놓고 농성을 진행해 왔으며, 지난 27일부터는 용역회사측이 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 골리앗에 대한 강제철거를 시도했다. 이와 관련, 인근 현대아파트 주민 등 목격자들은 "용역직원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5층 철탑에 있는 농성자들의 얼굴에 소방호스로 물을 뿜어댔다"고 전했으며, 농성자측도 "나흘 내내 골리앗에 물대포를 쏘아댔고, 그 물살은 사람을 날려보낼 정도"라고 밝혔다. 특히 용역직원들이 공사현장의 출입을 차단하면서, 골리앗 내의 주민들은 외부와 일체 고립되었으며, 물과 전기·전화마저 끊어진 상태다.
30일 사고를 당한 이범휘 씨와 백석호 씨는 철거민 10여 명과 함께 골리앗으로 진입을 시도하던 중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일행보다 뒤쳐져 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씨등이 병원으로 후송된 과정에 대해선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용산경찰서 형사는 "두 사람이 공사장 내에서 골리앗을 중심으로 정반대편에 각각 쓰러져 있었고, 119 응급차에 실려 후송됐다"고 주장한 반면, 골리앗 내의 농성자들은 "재개발 현장 안으로 119 응급차가 들어온 적이 없다"고 밝혔다.
용역, 취재진 출입도 차단
한편, 도원동 재개발지역의 용역업체 역시 과거 '폭력·살인철거'로 악명을 날려온 '적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다원'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영업중인 적준개발은 지난해 7월 전농동 강제철거작업에서도 용역을 맡았으며, 당시 골리앗에 화염이 옮아 붙어 박순덕 씨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적준 소속 용역들은 재개발 현장주변을 완전히 차단해 주민은 물론, 취재진의 출입마저도 가로막고 있다.
30일밤 현재 골리앗에서 농성중인 철거민측은 "중장비와 용역직원들 일부가 철수했으나, 50여명의 용역직원들이 계속 울타리주변을 순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