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방류’ 지시에 번민하다 자살
지난달 24일 (주)한화 창원공장 환경안전팀에 근무하던 정준희 씨의 자살에서 비롯된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정 씨가 자살한 뒤, 정 씨의 아들 노트에서 발견된 유서를 통해 정 씨가 환경안전팀에 근무하면서 회사로부터 불법적인 '폐수 무단방류'를 강요받았으며 그로 인한 책임을 자신에게 전가해 많은 고통을 받았다는 내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정씨의 가족과 직장동료들은 "약 1년 전부터 부인에게 폐수를 방류하는 것에 대한 괴로운 심정을 얘기하기도 하고 이후 고민과 술 먹는 회수도 늘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정 씨는 회사측의 폐수방류 지시에 여러 차례 거부의사를 보였으나 이를 무시당했고 심지어 집으로 걸려온 전화를 통해 폐수를 처리하지 못하면 사표를 내라고 협박까지 받았다고 한다.
정 씨의 죽음 이후 환경운동연합과 민주노총등 사회단체들은 '(주)한화 폐수 무단방류 진상규명 대책위원회'를 꾸렸으며, 지난달 31일 1차로 조사단을 창원 현지로 내려보냈고 8일 추가조사를 위해 2차로 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할 예정이다. 앞서 3일 낮 12시 (주)한화 정문 앞에서는 유족과 대책위 관계자들 1백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회사쪽이 사건을 가정불화로 인한 단순자살로 축소 은폐하는 가운데 수사기관마저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규탄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정 씨가 평소에 폐수처리를 하면서 꼼꼼하게 기록한 노트 형식의 일지가 있었는데, 사건 발생 이후 회사측이 일지 열람을 거부했으며, 유족들이 나중에 일지를 경찰서에서 확인한 결과, 일지의 일부가 누락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편 유족과 대책위 관계자들은 매일 출근시간에 (주)한화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선전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 9일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