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중인 피에르 싸네 국제앰네스티(AI) 사무총장은 “국제사회가 한국의 특수상황과 경제위기를 이해하고 있지만, 변명이 통할 시기는 이미 지났으며 인권에 타협이란 없다”며 김대중 정부의 인권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피에르 싸네 사무총장은 10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김 대통령이 한국의 인권현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하며, 집권 6개월간의 김대중 정부의 인권보호 노력에 실망을 표시했다. 그는 또 “한국이 지금 무척 어려운 시기임을 알고 있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인권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싸네 총장은 앰네스티의 기존 입장인 국가보안법 폐지, 양심수 석방, 준법서약제 철폐를 거듭 촉구했다.
싸네 총장은 “국가보안법을 계속 남용하고 정치범을 모두 석방하지 못한 것 등이 김대중 정부의 개혁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를 급속히 떨어뜨리고 있다”며 한국정부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한국정부가 국보법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자의적으로 법이 집행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김 대통령은 멀지 않은 장래에 국보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법이 개정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옥에 가야 하느냐”며 한국정부측 ‘변명’을 꼬집었다.
또한 준법서약제 및 장기수 문제와 관련, “양심수에게 신념에 반하는 서약을 강요하는 것은 결코 허용할 수 없는 일이며, 40년 이상 수감된 고령의 장기수가 국가 안보에 무슨 위협이 되는지 알 수 없다”며 “그들이 준법서약서를 거부한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구금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싸네 총장은 정부와 민간단체간의 대화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김 대통령에게 인권단체 및 인권피해자들과의 즉각적인 만남을 촉구했다”고 소개하며, 특히 정부가 추진중인 국민인권위원회와 관련, “한국정부는 밀실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지 말고 즉각 인권단체들과 공개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정부에 △국가보안법 개정 △양심수와 정치범 무조건 석방 △노동자의 합법적인 파업행위 허용 △구속된 파업주도 노동운동가 석방 △결사의 자유 보장 △감옥 내 인권보장 △안기부 구조개혁 △고문 및 가혹행위, 구금중 사망 사건에 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 △사형수 감형과 사형제도 폐지 △사회적 약소집단 권리보호 △국제법 규정에 맞는 난민 심사 △국가차원의 인권교육 실시 △국민인권위원회 설립의 투명성 유지와 인권단체 및 전문가 참여 하에 공개적 협의 실시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피에르 싸네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2시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245차 민가협 목요집회에 참석해, 양심수와 그 가족들의 투쟁을 격려했다.
싸네 총장은 집회에서 “민가협의 활동과 투쟁을 격려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국제사회에서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모든 사람들이 민가협의 투쟁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랜기간 부당한 처우를 받고도 신념을 지켜온 양심수들은 한국인의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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