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총격요청 사건’을 둘러싼 논란의 와중에 한성기·오정은·장석중 씨 등 이른바 ‘북풍 3인방’에 대한 ‘고문 의혹’이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권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명백한 고문의 증거가 있다”며 총격요청 사건 자체가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관련내용 아래 상자>
이처럼 여야가 팽팽히 맞선 예민한 사안인 만큼 인권·사회단체들은 공개적인 언급없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고문 의혹에 한 목소리를 내거나 침묵하는 경우 모두,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종현 변호사(민변 사무총장)는 “사실 규명부터 이뤄져야 하고, 법원에서 시비를 가려줄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이번 의혹이 과거 각종 고문사건의 가해자였던 구여권(한나라당)에서 제기된 만큼,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부터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충목 전국연합 집행위원장은 “한나라당의 주장은 과거 정권부터 안기부가 고문을 해 왔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우선 과거 정치공작과 고문행위에 대해 반성․사죄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창익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도 “과거 고문의 당사자였고 밝혀진 고문행위에 대해서 사과 한마디 없던 사람들이 고문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반성부터 요구하는 주장 외에 “고문 의혹만큼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한다”는 것이 인권·사화단체 관계자들의 원칙적인 입장이다. 특히 “고문 의혹을 규명하되, 그것이 총격요청사건의 진실을 덮는 데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주된 지적이었다.
“고문 의혹 충분히 밝혀야”
김승환 전북대 교수(전북 평화와인권연대 공동대표)는 “그동안 가해자였던 사람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에 설득력을 못 얻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어떤 명분에서라도 반인륜범죄인 고문이 있어서는 안되며, 그것이 사실일 경우 관련자 모두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규선 민가협 총무는 “어떤 신분이든 어떤 범죄행위든 고문수사는 허용될 수 없으며, 총격요청사건 역시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며, “두 사건을 구분해서 사실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태 변호사(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장)도 “고문 의혹과 총격요청 사건에 대해 각각 충분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사실이 확인되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충목 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기부의 개혁도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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