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와 의무를 주장한 ‘인권선언’을 제정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선언은 특히 오는 12월 10일로 예정된 교육부의 ‘학생인권선언’ 발표에 앞서, 선언의 주체인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끈다.
하이텔과 나우누리에서 활동중인 컴퓨터통신모임 ‘중고등학생복지회’(학복회)는 학생의 날인 11월 3일 0시를 기해 ‘학생인권선언서’를 발표했다. 학복회는 “새 정부가 교육환경의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정작 핵심적인 개혁은 이뤄지지 않고 학교교육의 진정한 주체인 학생들의 참여는 배제되어 왔다”며 “학생들의 적극적인 의식 개혁과 실질적인 권익신장을 목표로 선언서를 제정한다”고 밝혔다.
총 13개 조항으로 구성된 학생인권선언서는 △나이·성별·성적 등에 의한 차별 거부 △신체적·정신적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표현·행동·결사의 자유 △쾌적한 환경에서 평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 △자치활동의 권리 △매체접근과 문화활동의 자유 △원치 않는 노동을 거부할 권리 △노동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 권리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가운데 △차별 문제에 성적을 포함시킨 점 △자체 활동과 표현·결사의 자유를 분명히 한 점 △가출학생이나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노동현장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학생들이 민감하게 느끼는 문제들을 명확히 포함한 것은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12조에서 ‘학교, 가정, 국가를 비롯한 사회는 위 권리들을 보장하며 합당한 여건과 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한 것은 학생들이 국가나 사회를 상대로 권리보장 및 여건조성의 의무를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함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가방검사 거부 등 사적영역에 대한 권리와 정책참여의 권리 등이 빠진 점은 다소 미숙한 점으로 지적된다.
‘선언’참가 학생에 징계 압력
한편, 학생인권선언서 제정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이 학교당국으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학복회의 윤 아무개 양은 “선언문을 준비하는 동안 학교당국이 이들 모임에서 공식입장을 표명한 사람을 색출해 징계하고 선언이나 집회에 참석하는 학생은 적발해 정학조치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또 컴퓨터통신상에는 “교육부에서 학교측으로 ‘학생의 날에 불온문서의 유포를 주의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는데 그럼 학생인권선언이 불온문서냐”고 비난하는 글 등이 게재됐으며, 한 학생은 통신을 통해 “학교에서 ‘학생의 날을 맞이해 불온문서를 배포하는 불순한 무리들을 조심하라’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다”며 “학생인권선언문을 뽑아서 배포하려고 했는데 못했다”고 밝혔다.
학생의 날에 관련한 교육부의 ‘불온문서에 관한 공문’에 대해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정보부 사람들이 와서 그러한 내용에 대해 논의를 한 적은 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공문을 보낸 적은 없으며, 혹시 있다해도 각 지역별 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지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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