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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군대 자살사건 의혹 무성

‘철책 너머는 인권사각지대’ 오명 벗어야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군인 자살사건마다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사고예방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2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발생한 김훈 중위 사망사건을 비롯해, 9월 나진영 이병(해군), 10월 이태경 이경(전투경찰) 사망사건에 이르기까지 각종 군내 사망사건에 대해 유족들은 사고사 또는 타살 의혹을 제기해 왔다<본지 11월 5일자 참조>.

지난 11월 5일 강원도 모 부대에서 발생한 육군 이병 김윤웅 씨(부산대 휴학, 98년 6월 입대) 사망사건에 있어서도, 유족들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10여일째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은 김 이병이 5일 오전 초소(GOP) 근무를 나갔다가 15분만에 수류탄을 껴안고 자폭했다고 발표했다. 군 당국은 △수류탄이 봉인 후 밴딩 처리가 되어 있어 본인이 의도적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폭발할 수 없고 △김 이병이 사고전 일주일간 말없이 지내왔다는 점을 근거로 김 일병의 사망을 자살로 판정했다.

그러나, 유족측은 “특별한 자살 동기가 없고,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군 당국의 발표에 수긍하지 않고 있다. 김 이병의 여자친구 천 아무개 씨는 “11월 3일자로 보낸 편지에서 ‘다음달 휴가를 나간다. 빨리 나가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며 자살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또 군 당국이 유족들의 현장촬영을 허락하지 않는 등 곳곳에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다며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김 이병 사망사건은 지난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식 언급되기도 했는데, 권정달(국민회의) 의원은 “김 이병 사건에 대한 군 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국방부에 수사경위서와 사건 관련 자료를 요구한 바 있다. 국방부의 답변과 자료는 금주 내로 제출될 예정이다.

권정달 의원실의 이영태 비서관은 “여러 정황으로 보아 자살로 추정되지만, 자살의 이유가 석연치 않다”며 “이 사건에서는 자살의 이유를 밝히는 데 수사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77명 사망, 33건에 의혹

한편 올해 들어 군내 자살사건은 77건에 이르며, 그 가운데 33건에 대해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처럼 군내 자살사건이 빈번한 것과 관련, 상급병의 가혹행위가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지난 9일 함석재 의원(자민련)은 ‘7월 박현우 일병 사망사건’과 ‘10월 안성현 일병 자살사건’이 모두 고참의 가혹행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5일 사망한 김윤웅 이병도 백일휴가를 나왔을 당시 “취침도중 고참에 의해 화장실로 끌려가 구타를 당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내 사망사건’은 숱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군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진실을 밝히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각종 의혹에 대한 민간차원의 조사와 사고예방대책이 뒤따르지 않는 한, 군대는 앞으로도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방위원회가 ‘김훈 중위 사건 진상조사 소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뒤늦게나마 국회 차원의 대응을 모색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