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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승리한 양심’ 기자회견

강용주 씨 등 2.25 석방 양심수들

사상전향을 거부하며 기나긴 세월의 옥고를 감수했던 강용주(85년 구미유학생 사건으로 구속) 씨가 지난 2월 25일 석방된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심경을 피력했다.

2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2․25 석방 양심수 기자회견’에서 강용주 씨는 “한 인간이 자신의 양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데는 온 국민의 힘이 필요했었던 것 같다”며 감사의 뜻을 표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강 씨는 “스스로 ‘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종이 한 장 안 쓰고 갇혀 지내느냐’고 수도 없이 자문해 봤지만, 그때마다 ‘인간은 결코 폭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러한 강 씨에게도 견디기 힘든 시기가 있었다. 86년 11월 대전교도소에서 중병을 앓고 있던 최주백 씨가 전향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수술을 받지 못해 숨지는 것을 목격했을 때 “무섭고 두려워서 전향서를 써주고 싶었다”고 강 씨는 회고했다. 하지만, 자신보다도 10-20년 이상 장기복역중인 비전향장기수들이 꿋꿋이 전향을 거부하는 모습은 강 씨에게는 ‘양심’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8월 도입된 준법서약제 역시 강 씨의 ‘양심의 법정’에서는 유죄였다. 강 씨는 “준법서약은 법률이 아니라 국가의 이름을 빈 폭력에 불과하다”며 “전향제도와 본질적으로 같은 준법서약제도를 즉각 폐지하고 모든 양심수를 석방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14년의 세월을 ‘양심’의 소리에 따라 견뎌온 강용주 씨의 석방은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이뤄진 것”일 뿐이었다. 이는 또 폭력도 어쩌지 못한 양심의 승리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용각(41년 구금) 씨는 “아무리 배우고 지성 있는 인간이라도 동물적으로 취급받으면 동물이 되고 말더라”며 감옥 내에서 고문과 학대, 멸시를 받아온 사실을 밝혔다.

우 씨를 비롯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비전향장기수들은 “류락진, 이화춘, 손성모, 신광수 씨와 청년학생, 노동자 등 아직도 많은 양심수들이 준법서약 때문에 나오지 못하게 된 것은 유감”이라고 밝히며, “차라리 늙고 병든 우리보다 젊은 우리 일꾼들이 석방됐어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