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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진단! 공안대책협의회 (4)

'민주주의와 인권의 적'

검찰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안기부에서 검찰 공안부로 주도권이 넘어온 것은 김영삼 정권 때부터였다.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안기부는 김영삼 정권 초기에는 개혁의 대상으로 거론되었다. 김영삼 정권은 이런 안기부보다는 나름대로 공적 기관인 검찰을 활용하여 사정작업을 전개했다.

대대적인 사정작업의 결과는 검찰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고, 김영삼 정권 초기 주춤했던 검찰 공안부는 94년의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 사건 이후 전개된 '주사파 파동'과 96년 한총련 연세대 사태를 계기로 공안 분야의 주도권을 장악해 나갔다.

최근의 언론보도에서도 일부 확인되듯이 공안대책협의회에서 국정원을 비롯한 타 부서의 참석자들은 이런 공안검찰의 기세등등한 일방적인 지시에 일언반구 반론도 펴지 못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검찰 공안부의 안하무인격인 광범위한 사회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은 필연적으로 곳곳에서 인권탄압을 불러 일으켰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에 정책조정 기능까지 부여함으로써 절대적인 권력기관으로 검찰, 그 중에서도 공안부는 최대의 번성기를 구가하였던 것이다. 이로써 검찰의 중립성은 오히려 후퇴하는 양상을 보였다. 막강한 권력기관인 국정원과 경찰을 장악한 검찰에게 두려운 존재란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공안대책협의회는 헌법으로 보장된 국민적 기본권인 결사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척도라고 하는 의사표현의 자유 등을 오로지 공안적 잣대로 재단하고 강경탄압 방침 일변도로 밀어부쳐 왔다.

공안에 우선하는 것이 인권이고, 인권은 어느 상황에서도 유보되거나 양보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검찰 공안부가 주도한 공안대책협의회의 모든 방침들은 국민들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들 일색이었던 것이다.

이런 결과는 이미 과거의 관계기관대책회의나 공안합동수사본부, 현 정부의 공안대책협의회 등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군사쿠데타의 유산이고, 독재정권의 유산인 공안대책협의회가 존재한다는 것은 인권을 강조하는 현 정권의 기만적인 본질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공안기관에 절대적으로 기대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신장을 강조하는 일만큼 어불성설이 어디 있겠는가. 이에 따라 5공 때 관계기관대책회의나 6공 때의 공안합동수사본부가 민주세력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었던 것처럼 현재의 공안대책협의회도 당연히 민주주의와 인권의 적으로 규정되어 해체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기회에 과거 독재정권이 유산인 검찰 공안부, 경찰 보안수사대, 청와대 사직동팀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법과 인권연구소 김동한(47) 소장은 "과잉대책 논의, 강경탄압으로 이어지는 공안대책협의회는 국민적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밖에 없음으로 공안대책협의회의 해체밖에 대안이 없다.

뿐만 아니라 비밀경찰로 오해받을 수 있는 청와대 사직동팀도 이번 기회에 없애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인권보장의 근간이 된 투명한 정치를 통해서 정권이 유지될 때 정당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공안기구에 의존해 정권을 유지하려는 것은 결국 정권의 수명을 스스로 단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