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법 8월 중 통과 예상
저소득 실직자․장애인․노인․여성 등 빈곤계층에게 더운 여름 빗줄기 같은 소식이 하나 있다.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8월 중 통과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국민회의는 지난 20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국민기초생활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최근 한나라당도 명칭만 달리 한 ‘국민기본생활보장법’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따라서 다음달 2일부터 재개될 임시 국회에서는 별 무리 없이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지난해 7월 시민사회단체가 국회에 청원함으로써 논의가 시작됐다. 이는 고실업시대에 저소득층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당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최저생계비 수준 이상의 국민생활을 권리로서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즉 현행 생활보호법이 자선적 생활보호급여의 성격을 띠고 있는 반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헌법 제34조에서 규정한 생존권적 기본권에 근거해 최저 생계비 수준 이상의 국민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법률상의 의무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18-65살의 경제능력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소득이 최저생계비(98년 기준 월 23만원)에 못 미칠 경우엔 국가가 소득과 최저생계비의 차액만큼을 보조해준다. 생계 이외에도 주거․의료․자녀교육 등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시해 빈곤층의 4대 기초생활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법 제정을 눈앞에 두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지난해 12월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 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할 때까지만 해도 상황은 낙관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노동부와 예산청이었다. 이들은 △ 근로의욕 저하 △ 추가 예산 조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들어 법 제정에 반대했다. 결국 법안은 심의되지 못한 채 처리가 지연돼 왔다.
여기에는 국회의 파행 운영도 한 몫을 했다. 상임위를 통과할 수 있는 가능성이 기대됐던 지난 번 임시국회 때는 여․야 간의 당쟁 끝에 법안 심사 일정이 모두 취소돼 버렸던 것이다. 이에 5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추진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지난 13일 긴급 성명서를 발표해 “현 정치권이 우리 사회의 한계 계층이 겪고 있는 경제적 고통과 가족해체의 문제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조속히 임시 국회를 정상화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즉각 제정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은 곧 결실을 보게 됐다. 하지만 8월 임시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그 즉시 저소득층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 운동에 앞장서 왔던 송경용 신부(연대회의 집행위원장)는 “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시행령과 규칙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서민들을 위해 법이 올바로 집행되는지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IMF의 터널을 빠져 나오고 있다는 말이 많지만 우리 사회 한계 계층의 생활상의 곤란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은 최소한의 출발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