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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 2] 인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한나라당판 국회

인권을 파괴하는 제정·개정 법률들

지금 국회가 위험하다. 보수 세력의 정치 주체로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이른바 ‘떼법’을 줄줄이 제정·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노골화 하고 있다. 이런 입법들은 다수당을 점유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해 국회에서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인권을 파괴하는 법 중에서 우선 거론할 수 있는 법안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개정법률안(개정 집시법안)’들 이다. 현행 집시법도 허가제가 아닌 거의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고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등 문제가 많지만 18대 국회에 올라간 집시법 개정안들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르다. 8월 19일 한나라당 성윤환 의원이 대표발의한 집시법은 이른바 ‘복면금지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집회시위를 벌금으로 원천봉쇄하고 있는 점이다. 성윤환 의원안은 현행 집시법에서 크게 3가지를 바꾸려 한다. 그 내용은 △기준을 초과한 소음발생에 대해 처벌을 강화한 것(제14조, 제23조) △집회·시위에 사용할 목적으로 물건의 제조·운반·보관하는 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제16조 제4항 제1호, 제18조2항) △복면 등 소지·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제16조 제4항 제4호) △벌칙 중 과태료를 삭제하고 벌금액을 증액하는 것(제22조~24조) 등이다. 상형 조정 된 벌금액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현행 벌금액이 백만원 단위라면 개정안은 10배가 올라간 천만원 단위이다.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박진 활동가는 “성윤환 의원안은 집회시위를 범죄로 인식하고 헌법상의 집회시위를 권리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라며 특히 “개정 내용 중에 벌금조항이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한 박진 활동가는 “지금도 벌금액이 높아서 집회시위의 자유가 위협받고 위축되고 있는데 벌금액이 높아지면 정부는 이법을 마치 손배가압류처럼 이용할 것 같다”고 전망한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을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음만 먹으면 통과시킬 의지를 갖고 있다. 다행히 촛불집회를 통해 집회시위 자유의 중요성이 시민들에게 많이 각인되고 있어 정부의 입장에서는 여론의 부담이 크다. 그러나 만약 국회에서 집시법 개악안이 통과되면 촛불집회에서 현행 집시법 중 야간금지조항이 무력화했듯이 거리에서 싸워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인권운동가들의 고백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검열의 부활자로 나서다

집회시위의 자유가 인권이 아닌 범죄로 취급받고 있다면, 인터넷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는 ‘검열’이라는 가위질의 부활로 후퇴를 맞고 있다. 9월 1일 입법예고를 한 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법률안(개정 정보통신법률안)’은 서비스 제공자를 매개로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과거 국가가 앞장서서 검열을 하던 단계를 넘어 개인이 스스로 검열을 하도록 강제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변화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악하려는 개정 정보통신법률안의 핵심은 음란물, 명예훼손 등 이른바 ‘불법정보’의 유통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 ‘모니터링을 실시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제124조 제2항)과 불법정보 유통으로부터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요청에 대해 제공자에게 ‘임시조치 등을 의무화’하고 이를 취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제119조 2항, 제145조 제1항 17)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과태료의 액수는 3천만원이하 이다.

진보네트워크 오병일 활동가는 “모니터링을 의무화 하는 것은 불법정보에 대한 민형사상 연대책임을 서비스 제공자에게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렇게 되면 서비스 제공자는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불법 여부가 의심되는 이용자의 게시물을 폭넓게 삭제할 수밖에 없다. 또한 오병일 활동가는 “임시조치를 의무화 하는 것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면책을 받기 위한 요건”이라며 “서비스 제공자는 과태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누군가의 삭제요청만 있으면 삭제나 임시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강제조항은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원안대로라면, 포탈을 운영하는 사업주가 스스로 판단해서 네티즌들 사이에 촛불집회를 조직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이것이 불법정보에 해당하면, 경찰과 검찰이 개입하기도 전에 알아서 삭제하는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고 만약 사업주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법률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법무부는 ‘사이버 모욕죄’ 신설도 적극 추진 중이다. 공익성을 중시하는 명예훼손과는 달리 주관적 판단을 중시하는 사이버 모욕죄는 정치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인터넷에서 권력기관의 자의적인 개입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에서 어청수나 이명박에 대한 조롱이나 비판을 사이버 모욕죄로 잠재울 수 있다. 또한 정치권력에 미운 털이 박힌 사람이나 단체를 표적해서 공격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모욕죄를 비범죄화 경향에 비추어보면 이른바 국제기준에 역행하는 조치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9월1일부터 22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법제처 심사 후 10월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를 거쳐 11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인권단체연석회의와 언론사유화저지미디어공공성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은 방송통신위원회에 개정 정보통신법률안 의견서를 보냈고 저지를 목적으로 국회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한에게 인권으로 정치적 압박 시도

북 인권 증진을 위하며 만들어지고 있는 ‘북한인권법’들은 인권운동을 포함해 진보운동 세력이 관심을 갖고 대응해야 하는 법안들이다. 현재 국회에는 7월 4일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이 대표발의 한 ‘북한인권법안’과 7월 21일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이 발의한 ‘북한인권증진법안’이 심의 중이다. 이들 법안들은 ‘북한인권 개선’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냉전적인 남북관계에 얽매여 진정성 있는 방안에 다가서기 힘들고 미국이나 일본에서 제정한 같은 이름의 ‘북한인권법’처럼 북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황우려 의원안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 인권침해 사례와 그 증거를 체계적으로 수집·기록·보존하기 위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8조)하고 있는 점이다. 인권운동사랑방 박석진 활동가는 “황우려 의원안의 경우 구서독에 있었던 ‘동독(독일 사회주의 통일당)의 국가범죄에 대한 중앙기록보존소’를 모델로 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하고 있다. 서독이 동독을 흡수통일 한 독일 통일 과정에서와 같이 남한에 의한 북한의 흡수통일을 전제로 ‘통일 후 처벌’이라는 정치적 의도를 뚜렷이 갖고 있는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박석진 활동가는 이러한 정책이 남북 관계를 경색시켜 북의 인권 상황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할뿐만 아니라 남북 대결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인도적 지원은 가관이다. 황우려 의원안 중 인도주의적 지원을 다룬 12조 2항은 ‘정부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사업과 인도적 지원을 연계해서 실시해야한다’는 것을 못 박고 있다. 북 인권 개선을 위한 사업이 남한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인도적 지원을 줄이거나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13조에서 북한주민에게 정보가 자유롭게 전달 유통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 시행해야 하고 정부는 방송매체의 보도가 북한주민의 인권개선과 정보 접근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박석진 활동가는 “북 주민들이 스스로 원하는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중요한 인권의 영역이다. 그러나 북 주민들이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결정하고 북 당국과의 협의 및 투쟁을 통해 권리를 확보해야 하는 문제이지 외부의 누군가가 대신해서 필요한 정보를 결정하고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북 주민들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 인권평화운동은 10월 하순 국회에서 북인권 정책포럼을 개최해 한나라당의 ‘북한인권법’에 대응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국정원, 양지로 올라오려는 몸부림

아직 국회에 법안으로 상정되지는 않았지만,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오기 위해 국정원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법안들도 있다. 17대 국회에서 상정되었지만, 자동폐기 된 법안들로 ‘테러방지법’ 제정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들 수 있다. 테러방지법은 국정원 산하에 대테러 센터를 설치에 태러에 관련된 모든 업무를 기획·조정하겠다는 것이고, 통신비밀보호법은 정보수사기관이 감청을 합법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과 국정원장이 독대해서 핵심 권력과의 ‘직통라인’을 만들어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독재시절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법치의 이름으로 계급 지배 합리화

인권담론이 현실에서 힘을 갖는 것은 강제적 규범력을 가진 법 담론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인권운동은 국회에서 펼쳐지는 그들만의 모의에 적극 개입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의 움직임이 분명 과거와는 다른 지점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은 인권운동의 대응 전략을 내오기 위해서 필요하다.

첫째, 보수 세력은 국제인권법, 헌법, 국내법에서 보장하는 인권을 ‘범죄화’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추세는 자유권 영역 집시법이나 정보통신망법 개악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또한 과거에는 3권 분립이 서로를 견제하면서 기본적인 권리영역을 지켜냈다면, 요즘은 입법, 사법, 행정부가 3박자를 맞추어서 인권을 무력화시킨다. 국가권력이 인권을 후퇴시키는 것을 넘어 인권을 파괴한다. 이미 사회권 영역 중 노동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어머어마 한 손해배상액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을 떠올려보시라. 집회시위를 했다고 적게는 1천만원에서 3천만원의 벌금을 내야하는 것은 이미 인권이라고 말할 수 없다. 벌금과 과태료 부과가 강제적이고, 액수가 지나치게 높아진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보수 세력은 사람들이 무엇을 제일 무서워하는지 알고 있다.

둘째, 인권과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국가의 통치를 ‘법치주의’ 이름으로 강조한다. 그들의 법치주의가 법집행의 공정성이나 신뢰를 상실한지 오래지만, 보수 세력은 보편과 공정성을 가장해 공권력과 법의 이름으로 반복 학습을 시킨다. 한마디로 법치의 이름으로 계급 지배를 가리고 있는 것. 하지만 그들의 견해와 태도, 법 집행은 매우 ‘선별적’이고 ‘편파적’이다. 경찰은 합법은 보호하겠지만 불법은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합법과 불법의 기준은 누가 만드는가? 경찰이 어떤 집회에 수호자의 역할을 자임하고, 어떤 집회에 물대포를 뿌리는지 아는 사람은 안다. 법무부가 법을 지키라는 로고송을 만드는가 하면, 민주시민을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법에게 물어봐』를 만들어 무료로 전국 초등학교에 배포하고 있다. 최근 국정원은 ‘자유와 진리를 위한 무명의 헌신’이라고 10년 만에 원훈을 바꾸었다. 음지의 권력을 부활시키면서 무명의 헌신이라는 것도 가당치 않고, 국민의 자유를 가장 파괴시키는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정원이 ‘자유를 위한다’는 것도 어처구니없다.

셋째, 보수 세력이 매우 조직화되고 세련되게 움직이고 있는 반면, 대항세력의 입지는 약하다. 과거에 자기들끼리 꿍짝꿍짝하던 것을 지금은 정치적 프로세스를 밟아나가며 경제·종교·사회 영역에서 보수적인 이념을 퍼뜨리고 행동으로 세력화를 드러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지지 세력을 넓혀간다. 간혹 이명박 정권에 대해 ‘철학이 없다, 개념 없다’라고 평가 하지만 보수 세력이 주도하고 있는 흐름은 ‘신자유주의 국가권력과 시장의 재편’이 본격적인 궤도로 올라가기 위한 단계에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이 하반기 국회에서 또 다른 ‘재앙’처럼 다가온다. 거리에서 촛불을 지켜가는 것 못지않게, 인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한나라당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야 할 때이다.


덧붙임

*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