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은 촛불이 사그라들기만을 기다렸던 게 확실하다. 촛불집회와 거리시위가 절정에 이를 때는 반성과 사과도 하는 척하더니 촛불이 조금 약화되자마자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제 촛불집회는 야만적인 경찰들의 공격 앞에서 모이는 일조차 힘들게 됐다. YTN에 이어서 KBS에 대한 경찰력을 투입하고 이사회의 요청을 받아서 즉각적으로 정연주 전 사장을 해임했다. 촛불집회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한국진보연대 주요 간부들의 다수가 구속, 수배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공안탄압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이 공안탄압의 끝이 어디인지는 모른다. 지금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은 건국절 60주년 기념식(독립유공자 단체들의 반발로 광복 63주년을 앞에 내세웠지만)에서 다시 한법 법치를 강조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법은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법과는 다르다. 만약 그가 법을 알고, 법을 준수하겠다는 정신을 갖고 있다면,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 결정을 해서는 안되었다. 즉 그의 법에 대한 인식은 마치 "짐의 말이 곧 법이다." 식이다. 절대군주로 착각하는 그의 의지는 벌써 일선 경찰까지 전달되었다. 일선 경찰들은 지난번 서울경찰청장이 한진희에서 김석기로 경질된 것에 대해 원칙과 규정대로 강경하게 대응하라는 지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치를 강조한 8월 15일 바로 그날, 경찰은 보수세력의 집회는 잘 보호해준 반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려던 시민들에게는 색소를 섞은 물대포를 발사하고 사복체포조까지 동원하여 무차별 연행을 일삼았다. 이처럼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것, 법을 무시한 법치, 자신들의 지지층만 보호하겠다는 법치를 이명박 정부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중요한 가치는 팽개친 채 정권의 개가 되기로 확실하게 작정하고, 법을 무시하는 '비법의 상황'을 낳게 될 것이다.
앞으로 이와 같은 불법을 넘은 비법의 상황은 계속 강화될 것이다. 이게 이명박 식의 법치이기 때문이다. 법의 정신과 절차는 무시한 채 자신의 소신이 곧 법이 되는 권력자의 자의적 해석이 곧 법으로 강요되는 상황을 우리는 볼 것이고, 그에 대한 저항은 곧바로 체포와 구속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바야흐로 우리 사회는 경찰공화국, 검찰공화국, 나아가 민주주의와 인권이 얼어붙는 동토공화국으로 급격하게 돌아가고 있다.
선진 일류국가를 향하여
정부가 건국 60주년을 앞세워 기념식을 하려 하자 독립유공자 단체들이 반발했다. 광복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건국절로 바꾼다는 뉴라이트적인 역사인식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이데올로기 지형을 보여주고 있다. 보수세력 내에서도 이런 인식이 일제의 식민지배를 긍정화하려는 노력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대통령이 참가하는 경복궁 앞 기념식을 거부하고 탑골공원에서 광복 63주년 기념식을 치루었다.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여전히 건국을 아주 여러번 강조했다.
그의 이런 인식이 반영되어 건국 60주년을 넘어서 향후 60년을 선진 일류국가로 도약하자고 나름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선진 일류국가의 조건으로 "기본·안전·신뢰·법치"를 들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제시했다. 그는 선진 일류국가로 가기 위한 핵심적인 방도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했다. 그는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국가 발전 패러다임"이라고 말했다. 정보화시대에서는 빈부 격차가 확대되는데, 녹색성장시대에는 빈부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근거도 없는 낙관론을 제시했다. 에너지 문제가 심각하니 해외에서 에너지원을 확보하여 현재 5%대의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임기 중에 18%까지 끌어올리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정부는 현재의 원자력 발전소도 두 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런데 저탄소, 즉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는 없고, 신성장 동력으로 녹색산업을 본격화하겠다, 앞으로 먹고 살 일을 만들겠다는 구상만 잔뜩 늘어놓았다. 이게 가져올 환경적 재앙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겠다는 매우 반환경, 반생태적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대책과 민영화가 걱정된다
8.15 기념식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은 여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30%대로 진입했고, 그런 이유가 강공 드라이브로 촛불집회를 탄압하고, 반정부적인 언론을 장악을 위한 과감성을 보여 원래의 지지층이 돌아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참에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 구상을 밀어붙이기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향후 정책 추진에서 공안탄압과 함께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은 추석 전에 내놓겠다는 부동산 대책과 이미 1단계 추진계획을 밝힌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다. 이 둘은 이른바 'MB노믹스'의 중핵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을 부동산 대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모르지만, 어떤 내용이 담길지에 대해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미 한나라당은 재산세와 종합 부동산 세제 완화 방침을 밝혔다. 앞으로 이에 덧붙여 아파트 재건축 규제와 분양권 전매 제한제도를 완화하겠다는 대책을 덧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내수 경기가 침체되어 있고,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통해서 경기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정부의 경기 활성화 대책이라는 것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지원하여 그들의 경제적인 역할을 높임으로서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을 꼭 소수의 부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설정한다. 이런 부동산 대책이 당장의 건설 경기를 활성화할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이미 시장이 왜곡되어 거품이 많이 부풀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위기를 불러올 위험도 내포하는 대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정부가 내놓은 공기업 민영화 대책이 당초 민영화 대상이 5,60개에서 41개로 축소되었고, 전기, 가스, 수도 민영화가 제외되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41개 민영화 대상 공기업에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자산규모만 해도 100~200조가 되는 초대형 기업이다." 이미 시중은행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70%를 웃돌고 있는 상황인데, 이들 은행들을 다시 민영화한다는 것은 이들 은행만이 아니라 이들 은행이 장악하고 있는 공기업들을 헐값에 팔아버리겠다는 것이어서 아주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또 인천국제공항사도 포함시킨 것도 외국자본에게 알짜기업을 헐값에 매각한다는 것이어서 어이가 없다. 이런 민영화 방침은 1단계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곧 9월까지 2단계 민영화 계획을 발표한다는 것이어서 전체적으로 100여개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민영화가 추진될 공산이 크다.
결국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공적기업들이 시장에 내맡겨지고, 국민들은 공기업이 제공하던 공적 서비스에 접근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사회권의 후퇴 상황을 보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이미 7월에 5.9%까지 육박한 뛰는 물가를 안정화시킬 방안도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더욱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이미 구직활동을 포기한 단념자들이 석달 연속으로 늘어나고 있고, 전년대비 15%나 증가했다. 소수 부자들, 재벌만을 챙기는 정책을 변경할 생각이 추호도 없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경제적 권리, 연이은 사회적 권리, 그리고 시민·정치적 권리, 즉 인권 전반은 상당히 후퇴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절망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가 신음한다
지난 8월 16일 단식 67일째를 맞은 기륭전자의 김소연 분회장과 유흥희 조합원이 119 구조대에 의해서 회사 정문 옥상에서 내려왔다. 계속 단식 농성장을 지키겠다는 김소연 분회장도 주위의 권유로 끝내 눈물을 흘리면서 옥상을 내려왔다. 그들의 모습은 전혀 딴 사람이었다. 너무도 말라서 살아 있는 사람으로는 믿기지 않을 지경인 그들은 "목숨을 걸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도 두 사람 모두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처절한 단식투쟁으로 인해서 세상 사람들이 기륭문제와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금속노조는 8월 안에 기륭 회사와 교섭을 끝내겠다고 선언하고 투쟁일정을 받았다.
그 기륭에까지 광화문 촛불이 연대를 했다. 촛불은 이제 지역과 현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서울의 각 지역, 그리고 전국의 각 지역에서 지역 현안을 결합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이미 언론장악을 기도하는 정부에 저항하는 촛불을 밝혔고, 이제 민영화 문제에 대한 반대의 촛불이 밝혀졌고, 이어서 비정규직 문제에도 촛불을 이어붙이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서울 중앙의 촛불은 약화되고는 있다고 해도 촛불은 질기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촛불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지에 대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조중동 불매운동을 주도했던 이들에 대해 검찰이 법적인 선례도 없는 가운데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리고 촛불의 배후라면서 한국진보연대 간부들을 구속, 수배하고 있다. 촛불을 끄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심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러다 보니, 네티즌들의 표현의 자유는 엄청 위축되고 있다.
그래서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신음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18대 국회 회기가 시작된 지 82일만인 8월 19일 여야는 가까스로 원구성에 합의했다.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합의하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미 2/3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하는 한나라당이 법사위 위원장을 야당에 양보했다고 해도 국회는 그들의 뜻대로 움직여질 수밖에 없다. 그런 거대한 보수국회가 마침내 열리는 것이 좋을 수만은 없다. 정기국회에서 무더기로 개악되거나, 제정될 악법들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빨리 모아내야 한다. 특히 인권관련 개악은 이미 예고되어 있는 것만도 상당하다.
총체적인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공격, 그에 대한 방어로 올해 하반기는 지나갈 것 같다. 약화된 촛불을 살리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진전을 위한 운동을 기획하는 일이 시급한 때다. 한편으로는 공안탄압을 막아내면서, 공안탄압으로 드러나는 권력의 본질을 폭로하면서 우리 시대 절박한 요구를 인권의 언어로 정리해서 제시하자. 그 인권선언을 들고 정부를 향해, 국회를 향해 투쟁을 일구어가는 일은 그 하나의 기획이 될 수 있다.
공안탄압은 거세질 것이지만, 그럴수록 정권의 명줄도 짧아진다. 결코 낙담할 상황은 아니다.
인권오름 > 인권을 꿰고 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