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 농 · 빈, 생존을 건 요구
99민중대회의 11대 요구안 가운데 머리를 차지하는 것은 역시 민중생존권 요구들이다<관련기사 본지 11/10일>.
△정리해고 중단, 주40시간 노동제, 고용안정 △농가부채 해결, 저농축산물가격정책 철폐, 농업재해보상법 제정 △철거민 주거권 보장, 노점상 합법화 등 노 · 농 · 빈의 오랜 요구사항들이 올해도 여전히 핵심 요구사항으로 제시된다.
<자료제공 - 민중대회 준비위원회>
농가부채 특별법 제정요구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김영삼 정부는 농업 시설현대화와 규모화라는 명분 아래 30-50대 젊은 층을 대상으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그러나 UR협상 실패에 따른 무차별적인 수입개방과 저농축산물 가격정책, 그리고 IMF 사태로 인한 농자재 값의 폭등과 소비감소 등은 농촌사회를 붕괴직전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 현재 농가당 수익률은 5% 정도인데 반해, 대출융자금의 이자는 14%대에 달함으로써 부채를 갚지 못하고 파산하는 농가가 속출하는 실정이다.
농가부채에 의한 연쇄파산 현상은 농업생산의 중단과 농업 생산기반 전체의 붕괴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돼 결국 농촌사회의 복구를 위해서는 농가부채의 해결이 필수적인 과제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연대보증피해 농민에 대한 특례조치 △연체이자 탕감 △원금 및 이자상환의 5년 유예 및 장기저리자금으로의 전화 △농가부채특별법의 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농가부채와 관련해 농업재해 역시 심각한 원인이 되고 있다. 태풍, 홍수 등으로 인한 농업재해는 농민들의 영농의욕을 상실시키고 투자비용을 날려버리며, 농사를 짓기 위해 또다시 빚을 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그러나, 현행 농어업재해대책법은 재해구호차원의 미비한 대책에 불과해 실제로 지난 8월 태풍피해를 입은 거창의 한 농민은 농약대금으로 ‘5백원’을 수령하라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이에 농민들은 농업재해로 인한 소득손실의 보상과 재생산을 장려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농업재해보상법의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리해고 중단, 주 40시간 노동
정부는 “99년 9월 현재 실업률이 4.8%를 기록하고 실업자수가 1백6만여 명으로 줄어드는 등, 실업문제가 해결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엔 구직을 포기한 실망실업자와 불완전 취업층,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는 일용노동자들의 존재가 빠져 있다. 특히 임시 · 일용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은 이미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고용불안 상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소득구조 불평등의 심화 △근로조건 악화 △노동자의 빈곤화 등 부의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 민중진영의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리해고의 중단은 노동자들의 사활을 건 요구다.
또, 99년 상반기 10인 이상 상용노동자의 노동시간 평균이 주 47.1시간에 달하는 등 장시간노동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장시간노동은 산업재해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산재발생률을 줄이고, 일자리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주 40시간 노동제(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현행 주 12시간인 초과근로 제한규정을 주 7시간으로 축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 △실업자 노조가입 인정 및 공무원 노조 인정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 및 파업제한 조항 철폐 △산업기술연수생 제도 폐지 및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노동법 전면적용 등이 노동계의 주요 요구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