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학교에 가고 싶어요"

불법체류자 자녀 입학 기회 차단 당해


입학시기가 다가왔지만 불법체류중인 외국인들의 자녀들에겐 학교 문이 턱없이 높기만 하다.

17일 성남의 한 초등학교를 졸업한 자르걀(12·몽골)은 아직 중학교를 배정 받지 못했다. 한반에서 같이 공부한 친구들이 모두 졸업장을 수여 받았을 때 자르걀이 받은 것은 졸업장이 아닌 수료증이었다. 그가 청강생이라는 것은 정식학생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기에, 그는 한국을 떠나지 않는 한 영원히 학교에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르걀 같은 청강생은 그나마 운이 꽤 좋은 편에 속한다. 거의 모든 불법체류자의 자녀들이 초등학교 문 옆에도 가보지 못한 채 사설학원이나 종교·사회단체가 운영하는 공부방에 맡겨져 간단한 한국어와 기본적인 지식만을 습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종교 문제로 고국을 떠나 한국정부에 망명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해 불법체류자가 된 빌랄(14·파키스탄) 역시 학교를 다니지 못한 채 안산의 한 공부방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또래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가보는 게 소원이라는 딜랄은 "공장에 다니는 형도 공부를 하고 싶어한다"며 "파키스탄으로 돌아가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말한다. 같은 공부방에 다니는 따와(12·몽골) 역시 스무 살이 되면 미국에 갈 거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대학 농구선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지난해 말 현재 한국에 체류중인 외국인은 약 38만명. 이중 전문직 종사자와 연수생 자격으로 입국한 12만 명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외국인들은 경제적 목적으로 한국에 정착한 불법체류자들로 볼 수 있다. 이들의 수가 20만 명이 넘다보니 자녀들의 수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이지만 거의 모든 아이들은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불법체류자다보니 입학 시 제출해야하는 거주지 증명서가 없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앗아간 교육받을 권리

안산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성인들이라면 어느 정도 자신들의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싸울 수라도 있지만 아이들의 경우 이것마저 불가능해 무책임한 어른들 속에서 학교에 갈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형제공부방(경기도)의 박인애 총무 역시 "아이들에게 부모가 불법체류자란 이유로 교육받을 권리마저 빼앗는 것은 온당하지 못한 일"이라며 "이 아이들의 미래를 누가 책임질 수 있냐"고 되물었다.

이에 교육부 학교정책과의 한 사무관은 "불법체류자에 대한 여타의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교육부 독단으로 불법체류자의 자녀들의 입학을 허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교육부측의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나 그는 "교육부가 대한민국 학생들만 책임지면 되지 불법체류자들의 자녀까지 책임져야하냐"며 노골적으로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편견을 드러냈다.

하지만 성남외국인노동자의 집(대표 김해성 목사)의 정금자 씨는 "교육부가 입학 서류절차만 손질해도 아이들은 충분히 학교에 갈 수 있다"며 "청강생 제도 역시 교육부는 학교장의 권한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학교는 교육부의 눈치를 보며 청강생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모가 불법체류자란 이유만으로 아이들은 어른들의 틈바구니에서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