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 종합청사, 종로2가 삼성타워도
23일, 정부에 직접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몇 안 되는 단골 집회장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집회'를 갖기 위해 모여든 여러 단체들의 행사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리를 물고 있었다. 후문 바로 앞에 위치한 현대사옥이 파나마 대사관을 유치함에 따라 23일을 마지막으로 이곳에서의 집회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내일부터 저 꼴을 안 보게 되니 속이 다 시원하다" 사무실에서 나온 회사원이 집회를 바라보며 한마디 내뱉었다. 이 말을 들었는지 구호를 외치던 한 노동자가 혼잣말로 되뇌였다. "그럼 어디로가, 한강에 가서 정부는 각성하라고 외칠까, 누군 이러고 싶니, 니들도 당해봐."
밤, 경찰과 농성자들 사이의 마찰이 치열해졌다. 파나마 대사관 입주를 하루 앞두고 경찰이 전교조와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의 농성을 좌절시키기 위한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또 하나 따끈한 소식이 전해졌다. 요 며칠동안 삼성 해고자들이 집회를 벌였던 종로 2가 삼성타워에 온두라스 대사관이 유치돼 앞으로 이곳에서의 집회 역시 금지된다는 거였다. 삼성해복투 노동자들이 구속을 각오하고 25일 집회를 감행할 거라고 했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사옥 주변에서의 집회를 막기 위해 대사관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거기에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은근히 부추기는 것 같다. 그러나 기업과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이러한 집시법의 악용은 결국 정부와 기업을 향한 또 하나의 크고 강력한 집회를 만든다는 점이다. 외치는 자들의 분노는 수그러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