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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6월항쟁, '아름다운 옛이야기'?


1987년 6월 10일부터 19일 동안 연인원 5백만 명이 참가한 전국적 규모의 반독재민주화운동. 오늘 우리는 다시 이 위대한 인간해방운동의 금자탑 앞에서 스스로를 성찰하게 된다. '6․10'을 맞아 명동성당 천막농성장을 찾은 본보 기자에게 어느 농성자는 "힘들었어도 눈만 마주쳐도 동지애. 인간애를 느끼며 신바람이 났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것이 바로 '6월항쟁'이었다. 과연 우리는 이 '6월항쟁'을 간직하면서 오늘을 살고 있는가?

역사에 대한 민중의 기억은 가장 근본적 차원에서 '불온한' 기억이다. 그것은 인간의 역사가 고통으로 가득하며 그 고통은 언제나 진행중인 까닭이다. 당연히 역사의 기억을 탈색시키고 제도화시킴으로써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드는 일은 지배계급의 절대절명의 과제가 된다. 사람들은 흔히 6월항쟁의 정신으로 살고 있노라 말한다. 그러나 6월항쟁의 '정신'으로 살고 있다는 것, 그것은 동시에 6월항쟁의 '행동'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야 한다. 개선장군처럼 정계에 진출한 사람들, 투옥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잘나가는' 시민운동가들, 일상의 안락함과 민주주의 정신을 "양립시키고 있는" 온갖 사람들…. 오늘 우리는 묻고 싶다. "당신의 기억은 정말 지금도 불온합니까?"

6월항쟁은 결코 '아름다운 옛이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하나의 사건으로서 6월항쟁은 지나갔지만 그것이 진정 우리 사회의 변혁을, 나아가서 전 세계적인 규모의 인간해방을 꿈꾼 것이었다면 지금도 우리의 불온한 실천으로 이어지면서 진행되고 있어야 할 사건인 것이다.

불의에 대한 일상의 싸움에 지친 우리는 때로 신선한 향기를 쐬고 싶다. 그리고 오늘같은 날 우리는 겸허한 마음으로 6월항쟁의 향기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 다시 용기를 내어 일어서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