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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부당전출에 내몰린 한 철도 노동자의 죽음


지난 3일 한 철도노동자가 부당 전출 후 생긴 문제들을 비관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고 조항민(39)씨는 지난 해 4월 서울동차사무소에 재직하면서 철도노조 서울동차지부 부지부장으로 활동했었다. 그러나 당시 한 동료가 서울․문산 간 도시통근열차와 새마을호 열차의 결함을 확인하고 문제제기를 한 뒤 부당 전출 당한 일이 발생하자, 동료에 대한 부당징계를 철회하라고 요구한 끝에 결국 본인도 동해로 전출 당했다.

전출지인 동해사무소에서는 사측의 여론작업으로 한달간 동료들과 얘기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극도의 왕따를 경험했으며, 시간 외 근무수당도 못 받게되자 생활고와 가정불화가 생겨 평소 이를 비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동차사무소에서 조항민씨와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윤윤관(37세 현재 해고)씨는 "평소 책임감이 강하고 낙천적이며 후배들에게 절대적으로 신임받고 있었던 사람이었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윤씨는 "동해로 전출 가는 순간에도 "나는 노동조합은 잘 몰라, 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알아"라고 했던 그를 잊을 수 없다"라며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같은 곳에서 근무하다 민주노조활동을 이유로 경남의 한 작은 역사로 전출 당한 경험이 있는 이모씨(42세)는 "차라리 감봉이나 정직 등의 징계를 맞으면 괜찮다"며 "부당한 전출은 극도의 고립상황과 정신적 고통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게 하는 유배생활과 다름없다"며 전출의 괴로움을 토로했다.

한편 "민주철도노동조합 건설과 민영화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각 지부 사무실에 분향소를 설치했으며, 18일까지를 애도기간으로 정하고 검은리본 패용 등의 행동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용산차량사무소의 경우 노조사무실에 설치된 분향소마저 철거할 것을 명령하는 소장명의의 공문이 날아와 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공투본 관계자는 민주철도노동조합 건설활동을 시작한 94년부터 부당 전출을 당한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며, 전출 후 겪는 정신적 고통으로 벌써 세 명의 노동자가 자살이라는 극한 방법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