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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하종강의 인권이야기

장애인에게 충고하지 말지어다


재벌 회사 백화점에서 일하다가 한 달만에 해고당한 사람이었다. 그 백화점에 직접 고용된 것이 아니라, 백화점에 시설 관리 인력을 파견하는 용역회사에 소속된 이른바 '파견직 노동자'였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었으나 냉동기를 관리하고 형광등을 교체하는 따위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참 이상한 사건이었다. 노동자에게는 해고될 만한 사유가 전혀 없었을 뿐 아니라, 회사로서도 이 사람을 해고한 후 다른 일자리를 주선하려고 애 썼던 것으로 보아, 굳이 해고할 마음은 없어 보였다. 나는 행여나 싶어 마지막으로 물어보았다.

"혹시, 이 사람이 파견 나가 일하고 있던 백화점의 관리자가 '손님들이 왔다갔다하는 매장에서 장애인이 저렇게 절뚝거리고 다니면 보기에 흉하니 다른 사람으로 바꾸시오'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까?"

용역회사에서 나온 책임자는 머뭇거리면서 답했다.

"사실은... 그렇습니다."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는데, 다른 이가 그에게 물었다.

"다른 직장에서는 어땠습니까?"

그 질문에 그 장애인 노동자는 대답을 못했다. 그랬을 것이다. 그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직장을 다녀보지 못했던 것이다. 잠시 후,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지만... 저는요... 보일러 기능장 자격도 갖고 있구요... 냉동기 산업기사 자격증도 있습니다."

그 외에 한 가지 자격이 더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은 내가 무식한 탓에 못 알아들었다. 기능장 자격증, 그것이 얼마나 갖기 어려운 자격증인가... 산업기사 자격증 역시 만만한 게 아니다. 남들이 하나도 갖기 어려운 자격증을 세 개씩이나 갖고 있으면서도 그 장애인 노동자는 아직 어엿한 직업을 가져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게 '썩을 놈의' 우리 사회다.

어려움 속에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한 끝에 보란 듯이 성공한 훌륭한 장애인들에 관하여 언론은 격찬을 한다. 그러면, 우리 사회의 교양 있는 지도층은 그 장애인의 성공담을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에게 충고한다.
"자, 무엇을 두려워하십니까? 지금부터 시작하십시오. 이 사람은 그 모든 어려움을 훌륭하게 극복하지 않았습니까?"

이건 옳은 게 아니다. 장애인에게는 온통 두려움뿐인 세상을 고스란히 내버려 둔 채 "무엇을 두려워하냐?"고 충고하는 것은 결코 옳은 게 아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악세사리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장애인이 서울시장 앞으로 "서울 시내 거리의 턱을 없애주십시오"라는 유서를 남겨놓고 자살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다. 그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가지라고 충고하는 잘난 지도층에게 화 있으라.

- 하종강 씨는 한울노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