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들, 아셈민간포럼 탈퇴
10일 아셈민간단체포럼에서 11개 인권단체가 탈퇴했다. 탈퇴를 결정한 인권실천시민연대의 김유경 씨로부터 그 이유를 들어보았다.
□ 탈퇴 이유로 장소문제를 들고 있다. 무슨 말인가?
= 당초 포럼이 열릴 장소였던 봉은사는 아주 중요한 위치다. 아셈회관 바로 앞에 있어 상징적인 자리이기도 하다. 처음엔 민간단체포럼 집행위와 정부가 봉은사를 장소로 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정부가 아셈회관 반경 5백미터 이내를 전면통제하겠다고 방침을 바꿨다. 민간단체포럼 집행위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아이디를 발급 받겠다는 등의 굴욕적이기까지 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끝내 건국대로 물러서고 말았다. 민간단체포럼 집행위가 봉은사를 고수할 의지가 부족했다.
□ 재정문제도 걸려있다고 하는데?
= 우리는 재정으로부터 독립해야 민간단체가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간단체포럼 집행위는 포럼에 참가한 130여 단체가 어떻게 예산을 조달, 집행할 것인지에 대해 예산안을 작성하지도 않았다. 인권포럼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1억5천만원을 지원받는 것으로 물러선 것이다. 결론적으로 민간단체포럼 집행위가 처음부터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으려 했다고 생각한다.
□ 일부 언론에서 민간단체의 '분열, 갈등'으로 표현하던데….
= 그렇게 보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셈회의의 성격, 요구 등이 서로 달라서 탈퇴한 것이 아니다. 아셈회의를 맞아 인권단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결정이다. 물론 민간단체 활동의 원칙과 실제를 재확인한다는 의미는 있을 것이다.
□ 탈퇴한 인권단체들은 어떠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가?
= 탈퇴한 11개 인권단체와 국제민주연대가 '자본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인권포럼'을 구성했다. 아셈회의 기간, 특히 전야제가 열릴 19일과 본회의가 열릴 20일의 시위 중 인권침해 감시활동을 벌일 것이다. 법률구조팀도 구성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다.
□ 서울 아셈정상회의는 신자유주의의 전령이라는 IMF, IBRD 총회 등과 성격이 다르지 않는가?
= 물론 IMF, IBRD, WTO 등과 다른 점이 있다. 아셈이 IMF, IBRD, WTO에 비하면 결속력이 약하지만, 역으로 모든 분야에 걸쳐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조정하는 자리다. 그러므로 정부는 의제설정부터 국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또 정부가 마지못해 말한 바에 따르면 아셈회의에서 무역과 금융거래 전면개방, WTO 뉴라운드의 조속한 출범 등이 주요의제가 될 것이다.
이런 논의야말로 인간의 삶의 조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아닌가? 인권은 추상적으로 혹은 생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