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비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부르는 이름도 참 여러 가지다. 임시직, 계약직, 일용직, 촉탁직, 용역직, 파견직, 위탁계약직, 시간제, 파트타이머, 아르바이트 등이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 봄, 충북대병원 파업 현장에 붙어있던 손바닥만한 '소자보'에는 다음과 같이 써 있었다.
내 이름은 비정규직. 상여금 한 푼 못 받고 6년을 살았다. 앞으로 남은 평생을 이렇게 살 수는 없습니다. 원장님, 당신과 싸우기로 했습니다.
거룩한 '역사'와 '운동'을 떠나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빼앗는 행위는 인도주의적 원칙에 어긋나서 옳지 않다.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 수준도 지키지 못하는 일이다.
제도권 언론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아지는 현상을 두고 "고용주 입장에선 임시직과 일용직에 대한 해고가 자유로워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법률적으로만 본다면 위와 같은 무책임한 '이해'는 명백한 '오해'일 뿐 아니라 무식의 소치다.
사용자들은 근로계약 기간이 끝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절대로 아니다. 우리나라의 보수적 법원조차 "일용직 근로자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일용 관계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어 온 경우 상용 근로자로 보아야 할 것"(서울지방법원 96가합16815, 1996. 6. 28.)이라고 판결했고, 그와 유사한 판례들은 꽤 많다. 하루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하루살이 노동자라 할지라도 그렇게 일하는 것을 며칠 계속했다면 명칭만 '일용직'일 뿐이지 '상용직'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월 단위나 연 단위로 계약을 체결한 계약직 노동자의 경우에도 그 계약이 반복된 경우에는 명칭만 '계약직'일 뿐이지 내용상으로는 '상용직' 노동자와 같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계약이 한번도 갱신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일텐데, 그에 관해서도 학자들의 주장은, 아무리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해도 회사가 아무런 정당한 사유도 없이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이제 그만 나오라"고 말하면 부당해고가 된다는 것이다. 그에 관한 판례가 없는 이유는, 계약기간을 한번만 마치고 갱신이 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서 그것을 부당해고라고 생각하고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아직까지 없기 때문이다.
노동법의 원칙은 '상시고용'과 '직접고용'이고 그 원칙이 확립되는 기나긴 과정은 '가치를 생산하는 계급의 자유와 권리가 확대되는' 역사의 진행 방향에서 필연적 결과였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와 자유를 박탈하는 행위는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행위여서 정당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