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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제5회 인권영화제 둘째·셋째날 표정>

'대지의 소금'은 이화여대에 있었다

28일 저녁 8시. 이화광장에서는 '대지의 소금'과 '처벌에 맞춘 범죄'가 쌀쌀한 날씨에도 4백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상영됐다. 매카시즘에 덫에 걸린 미국 영화제작자들이 1950년대 뉴멕시코주 아연광산 파업을 그린 '대지의 소금'은 탄광노동자와 그 아내들의 인간답게 살고자하는 노력을 잘 보여주었다.

전형화된 노동자의 삶과 투쟁은 시종일관 관객의 웃음을 불러 일으켰고, 뒤이어 상영된 '처벌에 맞춘 범죄'는 '대지의 소금'을 제작하는 것이 왜 인권을 향한 여로에 있는가를 보여준다. 제작과정이, 매카시즘의 광풍에 날리지 않고 매카시즘이 적대시하는 노동자의 투쟁을 오히려 고무․선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2시간 정도 연속으로 상영된 두 가지 작품을 본 이상동(34) 씨는 "쌀쌀한 날씨로 많은 사람들이 같이 관람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 작품을 야외에서 같이 호흡하며 관람한 사람들은 행운이다"고 소감을 말했다. '체 게바라'와 '대지의 소금' 중 한가지만 볼 수 있어 고민하다 '대지의 소금'을 봤다는 상계동의 정 아무개 씨는 "'인간으로 살려고 몸부림치다 나오는 땀이 소금이고, 평등함을 자각하는 사람들이 바로 소금'이란 대사처럼 이 영화를 본 4백여 관객이 소금이 될 것이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동성애 패널토론 열기 후끈…"동성애 편견 지우세요"

한편 29일 8시 40분 학생회관 소극장에서는 2백여 명이 참가한 '동성애자의 인권,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한채윤 <버디> 편집장, 정기상 '동성애자 인권연대' 활동가, 홍난영 웹진 <니아까> 대표 등은 동성애를 둘러싼 일반적 편견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고, 반론을 폈다.

동성애 문제를 다룬 작품 '제9법안 찬반투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사람들이 △동성애자들은 뭔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 △동성애자들은 프리섹스 주의자 △동성애는 전파된다는 편견 등에 대해, △동성애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흔히 말하는 이성간의 사랑에서 이성이 동성으로 바뀐 것 뿐이며 △동성애를 인정함으로 인해 오히려 자신의 (이성애든 동성애든) 성 정체성을 더 빨리 찾아 보다 행복한 삶을 누리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반론했다.


터키대사관측 인사들, 감독과 설전도

28일 법정관 405호에서는 '범죄보도와 인권', 학생회관 씨네마떽에서는 '미군기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두 패널토론은 30~40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져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어떤 관객은 "비교적 많은 관객이 든 작품 후에 패널토론을 진행하지 못한 진행상의 실수가 보인다"며 "대중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을 인권의 시각에서 밀도 있게 접근했으면 한다"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29일 오후 3시 법정대 강당에서 '착한 쿠르드, 나쁜 쿠르드' 상영에 이어 진행된 캐빈 맥키히넌 감독과의 대화에서는 쿠르드노동당(PKK)의 테러행위를 놓고 터키 대사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과 감독 간에 격론이 오고갔다. 쿠르드노동당과 쿠르드인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인권피해자로 그리고 있다는 일방적인 시각에 대해 지적하자 캐빈 감독은 "쿠르드노동당이 테러를 자행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터키는 조직적으로 테러, 고문을 하고 있으며 수천개의 쿠르드 마을을 파괴한 것도 사실이다"고 응수했다.

한편 29일 학생회관 소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던 '바람과 함께 오고가다'는 자막작업이 지연돼 상영되지 못했고, '덕테이터', '판단'이 대신 상영되었다. '바람과 함께 오고가다'는 폐막일(11/1) 오후 5시 법정관 405호에서 상영된다.